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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충전기 표준 경쟁서 한발 물러선 현대차그룹...“일단은 맞춤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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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충전기 표준 경쟁서 한발 물러선 현대차그룹...“일단은 맞춤형으로”

슈퍼차저 수용한 미국 전기차 점유율 압도적
따라가면 이점 있지만, 테슬라 지배권에 진입

기사입력 : 2023-06-2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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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슈퍼차저 스테이션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편집=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테슬라의 슈퍼차저 스테이션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편집=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미국 자동차 ‘빅3’ 중 2개 기업을 끌어들임으로써 테슬라는 충전기 표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

테슬라가 촉발한 충전 규격 경쟁에 북미와 유럽이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한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충전 규격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 규모 및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현대차도 충전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전방식 표준규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관련 기술과 인프라, 기업들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은 관련 인프라를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 2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는 GM과 포드가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로 한 이상 시장 내 이들 전기차 점유율은 곧 80% 이상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 내 슈퍼차저 사용률이 높아지면 고객 이동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전동화 시대로 전환되며 자동차도 하나의 디지털 기기로 인식되는 추세다. 디지털 기기에서 표준화 주도권 싸움은 항상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돼왔다. 애플과 삼성이 라이트닝 케이블과 USB-C타입을 두고 눈치전을 벌이는 것과도 비슷한 양상이다. 현재는 이들 두 가지 타입이 자리 잡았지만, 이마저도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자제품과 전기차 경우를 달리 봐야 하는 이유는 규모다. 전기차는 조금 더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충전기 제조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도권을 쥔 완성차 기업의 영향력이 더 클 수밖에 없으며,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2차 협력업체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 전자제품의 경우 완제품사에서 충전기를 직접 만들기에 충전기 제조사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외부 사업자들은 완제품사의 결정에 따라 제품을 개발, 항상 호환성 문제에 봉착한다.

자동차 기업들 역시 충전 사업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 슈퍼차저와 현대차그룹의 E-피트(E-pit)가 브랜드로 내세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2차 벤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업계에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이들 완성차와 충전 사업자 간에는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테슬라는 이미 지배력이 상당하다. 완성차 제조사 중에서는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큰 규모의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결국 테슬라는 완성차 제조사이자 충전기 제공자가 되기도 한다는 강점이 있다. 추후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충전 사업에서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테슬라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의 흐름에 따른다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때 테슬라의 지배력이 문제시된다. 당장 이렇다 할 변화는 없을 수 있다. 테슬라와의 제휴를 통해 슈퍼차저 시스템 호환성을 맞추고 현지 공장에서 단자를 적용,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면 된다. 인프라 구축에 시간과 자본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포드와 GM의 생각과도 같다.

다만, 이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온다. 테슬라는 현재 충전기 관련 사업자들에게 자사 시스템을 지원하거나 슈퍼차저 제작에 필요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빠르게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발전적 의도로 내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걷잡을 수 없는 테슬라의 지배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테슬라의 시장 잠식은 마치 스타링크(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추진하고 있는 우주 산업)처럼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애초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것도 마찬가지 경우로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충전 사업까지 독점하게 되는 셈이다. 우선은 북미 시장에서 시작하지만, 이후 전략이 통하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초기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따라오는 슈퍼차저 무료 충전이었다. 판매가 안정권에 들자 슈퍼차저의 무료 사용 혜택을 철회했고, 차량 가격도 근거 없이 변동이 심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심했다. 그런데도 테슬라 주가는 치솟는 중이며 연간 판매도 지속적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테슬라가 그리는 전기차 시대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지원이 있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어댑터 형식으로 타 브랜드 전기차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댑터 구매 비용은 부담이 적을 수 있다. 다만, 슈퍼차저로 인프라 구축이 안정권에 들면 충전 요금이 문제시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업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셈이다. 지금도 슈퍼차저는 다른 충전기 대비 충전 요금이 비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으로서 현대차그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대응에 나서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을 많이 내놓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