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느리다는 전기차(EV) 배터리의 오명, 곧 사라질 전망이다. 전기차가 너무 비싸고 충전은 느리고 주행거리는 짧다고 생각했다면 희소식이다. EV 배터리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심지어 '꿈의 기술'이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29일(현지 시각) 인사이드EVs에 따르면, 테슬라의 차량 엔지니어링 부사장 라스 모라비는 최근 X 테이크오버 행사에서 "리튬이온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성능 면에서 이미 그 가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LFP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한 배터리 소재다.
모라비 부사장은 "미세화학과 폼팩터에서 아직도 얻을 게 많다"고 강조했다. 다른 배터리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수십 년 된 리튬이온 기본 틀 안에서 많은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원자재 비율, 셀 디자인, 심지어 모양까지 조절하며 충전 속도, 에너지 밀도, 비용 측면에서 새로운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는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저가 LFP 배터리의 대안으로 리튬-망간이 풍부한(LMR) 셀 개발에 힘쓰고 있다.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는 최근 파나소닉이 만든 2170 셀을 탑재한 '그래비티'를 선보이며 미국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단 10.9분 충전으로 200마일(약 320km) 주행 거리를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이자 배터리 생산 기업인 BYD는 올해 1000킬로와트 충전이 가능한 차량을 발표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수치다.
표준 액체 전해질을 없애고 현재 배터리의 모든 단점을 해결할 것처럼 보이는 전고체 기술은 분명 멋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모라비 부사장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매년 꾸준히 개선되어 왔고,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가 매년 약 3%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테슬라의 자체 사양만 봐도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2012년 최고급 모델 S 세단은 한 번 충전으로 265마일(약 426km)을 달렸다. 오늘날의 모델 S는 여기서 약 150마일(약 240km)을 더 가고, 훨씬 더 빠르게 충전되며, 물가 상승을 고려해도 가격은 더 저렴하다.
테슬라는 2년마다 배터리 시설을 개선된 셀 디자인으로 교체한다. 최근에는 CATL과 LG라는 두 공급업체의 새 셀로 전환했다고 모라비는 덧붙였다. 그는 이 새로운 셀들이 전해질, 전극, 제조 공정, 포장 등에서 수많은 '점진적인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추세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며,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에서 훨씬 더 많은 개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LG, 파나소닉, CATL 같은 공급업체로부터 셀을 공급받는 동시에 사이버트럭에 사용되는 자체 설계 배터리도 만든다.
모라비는 자체 생산 셀과 공급업체 셀 모두에서 꾸준한 성능 향상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는 미래 기술에도 계속 주목하고 있다. 토요타부터 메르세데스-벤츠까지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년 동안 전고체 배터리에 투자해 왔으며, 많은 업체들이 이번 10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라비는 "그렇다고 전고체 배터리, 슈퍼커패시터, 그리고 다른 에너지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기술들을 살펴보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기존 기술의 끊임없는 발전과 미래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이 전기차 시대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