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빌리티

글로벌모빌리티

'덩치 크면 더 안전?' SUV에 대한 오해.. 전문가들 "상황 따라 더 위험"

메뉴
0 공유

뉴스

'덩치 크면 더 안전?' SUV에 대한 오해.. 전문가들 "상황 따라 더 위험"

SUV의 높은 차체와 무거운 질량으로 전복 사고·'단독 충돌'에 취약
차량간 충돌 때, 탑승자는 안전해도 상대 소형차·보행자에겐 치명적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8-01 09:04

호주 안정성 평가(ANCAP)에서 진행하는 차량 충돌 테스트. 사진=ANCAP이미지 확대보기
호주 안정성 평가(ANCAP)에서 진행하는 차량 충돌 테스트. 사진=ANCAP
안전을 위해 SUV를 산다는 건 어쩌면 '환상'일 수 있다. 도로 안전 전문가들은 SUV가 소형차보다 무조건 안전하다는 통념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1일(현지 시각) 호주의 자동차 전문매체 드라이브에 따르면, SUV는 차량 자체의 탑승자에게는 더 안전할 수 있지만,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와의 충돌 시에는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UV는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다. 2025년 호주에서는 지금까지 36만 5000여 대의 SUV가 팔린 반면, 일반 승용차는 8만 1000여 대 판매에 그쳤다. 더 넓은 공간, 높은 시야 등 실용적인 이유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믿음이 꼭 사실은 아니라고 말한다.

'더 큰 차가 더 안전' 공식 성립하지 않는다


모나쉬 대학교 데이비드 로건 교수는 "더 큰 차가 더 안전한 차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더 안전하다'는 말이 차량 탑승자에게만 해당하는지, 아니면 보행자나 다른 차량 같은 도로 사용자에게도 해당하는지"라고 덧붙였다.

로건 교수는 "간단히 말해, 큰 차가 탑승자에게 작은 차보다 반드시 더 안전한 것은 아니며, 다른 도로 사용자에게는 확실히 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차량 크기가 다르면 충돌 사고 발생 시 충격이 불균등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큰 차가 작은 차에 부딪히면 상대 차량 탑승자의 머리와 가슴에 심각한 부상을 입힐 위험이 크다.

"SUV는 더 무겁기 때문에 다른 차량과 충돌했을 때, 상대방에게는 늘 더 위험하다."

그는 SUV의 공격적인 전면부 디자인도 문제로 지적했다. "SUV는 전면부가 높고 뻣뻣한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차에 '불바(Bull Bar)' 같은 보호 장치를 달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그들은 다른 차량에 대해 매우 공격적이다"이라고 말했다.

사진=ANCAP이미지 확대보기
사진=ANCAP


전복 위험과 운동량, 숨겨진 위험들


일부 호주 신차 평가 프로그램(ANCAP) 충돌 테스트를 감독하는 칼 레르쉬 총괄 매니저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특정 충돌 시나리오에서 SUV가 승용차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자동차는 다른 많은 요소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확실히 덜 안전하다."

레르쉬는 "더 큰 차가 더 안전하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가 예로 든 것은 전복 사고다. 그는 "우리는 차량이 전복되는 SUV에 대한 테스트를 몇 차례 진행했는데, 소형차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차량이 클수록 질량이 더 크기 때문에, 나무에 옆으로 부딪히면 차량의 운동량이 나무를 더 감싸려 해 차량 측면에 더 큰 손상을 입힌다"고 설명했다.

물론 대형차는 차량 측면과 탑승자 사이에 더 많은 공간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더 안전하다, 그렇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더 큰 차가 작은 차에 부딪히면, 작은 차는 정말 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충돌 테스트 데이터의 아이러니

최신 ANCAP 충돌 테스트 데이터를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평가 대상 차량 60대 중 승용차는 13대에 불과했고, SUV와 유트는 47대나 됐다.

이 중 최대 별 5개를 받지 못한 차량은 승용차가 4대(31%)였고, SUV와 유트는 8대(17%)였다. 통계적으로 보면 SUV와 유트가 충돌 테스트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성인 탑승자 보호, 어린이 탑승자 보호, 보행자 보호, 안전 지원 시스템 등 개별 평가 항목의 결과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즉, 한쪽에선 높은 점수를 받고 다른 쪽에선 낮은 점수를 받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ANCAP이미지 확대보기
사진=ANCAP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는 '치명적'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량 안전 기능은 사고를 피하는 데 집중하거나, 사고 발생 시 차량 내부 탑승자를 보호하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레르쉬가 설명하듯, 각 사고의 심각성은 결국 "어떤 부가 장치가 달려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더 큰 차가 차량 내부 탑승자를 더 잘 보호할 수는 있지만, 차량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로건 교수는 "일부 대형 SUV는 호주에서 흔한 단독 차량 충돌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소형차보다 안전하지 않다는 아이러니한 사실도 있다"고 덧붙였다.

멜버른 대학교의 한 보고서는 이러한 SUV의 단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해 5월 이후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사망자는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보고서는 그 원인 중 하나로 'SUV의 지배력 증가'를 꼽았다. 'SUV의 지배력 증가'는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 비중과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보고서는 "SUV는 소형차에 비해 취약한 도로 사용자와 관련된 충돌 사고에서 훨씬 더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고 명시했다. "그 효과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두드러졌다"고 경고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빌리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