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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의 몰락?… 세계 박람회로 진화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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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의 몰락?… 세계 박람회로 진화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무대

제네바는 사라졌지만 CES·상하이·굿우드·페블비치·SEMA는 더 커졌다…
신차 공개를 넘어 전동화·SDV·배터리·라이프스타일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엑스포’ 시대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4-07 09:05

아야 더빈 보스턴 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응용전략 담당(왼쪽)과 재커리 재코우스키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개발 총괄(오른쪽)이 아틀라스 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아야 더빈 보스턴 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응용전략 담당(왼쪽)과 재커리 재코우스키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개발 총괄(오른쪽)이 아틀라스 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코로나19는 세계 모터쇼의 권위를 한 차례 무너뜨렸다. 실제로 1905년 시작된 제네바 모터쇼는 결국 막을 내렸고, 전통 강호들은 축소와 재편을 피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의 전시 무대 자체는 더 커지고 더 강해졌다. 이제 박람회는 자동차만 전시하지 않는다. CES에서는 AI·반도체·자율주행과 결합하고, 중국의 대형 모터쇼에서는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앞세운다. 유럽과 미국의 대표 박람회들은 문화·취향·산업 포럼까지 품는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터쇼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보여주는 방식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관람객들이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CES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관람객들이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ES | 자동차가 가전쇼의 일부가 아니라 핵심이 된 무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는 이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CES 2025에는 4500개 이상 기업과 14만1000명 이상이 참가했고, 참가자의 40%가 해외에서 왔다. 무엇보다 CES는 공식적으로 ‘자동차 기술과 진보한 모빌리티(Vehicle Tech and Advanced Mobility)’를 별도 핵심 영역으로 내세우며 자율주행, 전동화, 커넥티비티, 신형 이동 플랫폼을 한 축으로 묶고 있다. 자동차 업체와 부품사, 기술 기업이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고 협업하는 구조가 이미 표준이 된 셈이다.

기아는 2024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전기차 (사진왼쪽)EV5와 SUV 쏘넷를 공개하고 중국시장 재공략에 나선다.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기아는 2024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전기차 (사진왼쪽)EV5와 SUV 쏘넷를 공개하고 중국시장 재공략에 나선다. 사진=기아

오토차이나 | 시장 규모가 곧 전시 권력이 되는 중국식 박람회

베이징 오토차이나는 중국 시장의 체급이 어떻게 박람회의 위상을 바꾸는지 보여준다. 2024년 행사에는 89만2000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117개의 월드 프리미어와 278개의 신에너지차(NEV) 모델이 공개됐다. 예전에는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 참가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무대로 바뀌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배터리, 전력반도체, 스마트 콕핏, 자율주행, 현지 IT 기업 협업 구조까지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 2023 상하이오토쇼 전경 사진=상하이오토쇼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 상하이오토쇼 전경 사진=상하이오토쇼

오토상하이 | ‘전기차 쇼’에서 ‘미래 모빌리티 수출 박람회’로

상하이는 그 흐름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인 무대다. 오토상하이 2025는 36만㎡ 전시장에 26개 국가·지역 1000개 업체가 참가했고, 전시 차량 1366대 가운데 70%가 신에너지차였다. 글로벌 프리미어는 163건, 관람객은 101만명에 달했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이 행사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의 세계 표준을 누가 쥘 것인지 보여주는 ‘수출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대 아이오닉 6 N 사진=굿우드 FOS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아이오닉 6 N 사진=굿우드 FOS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 전시장이 아니라 콘텐츠가 된 자동차

유럽의 해법은 중국과 조금 다르다. 굿우드는 전통적 모터쇼를 그대로 되살리려 하지 않았다. 대신 자동차를 ‘전시품’이 아니라 ‘경험 콘텐츠’로 바꿨다. 굿우드 공식 설명대로 이 행사는 모터스포츠의 여름 정원 파티에 가깝고, 한편으로는 퓨처랩(Future Lab)을 통해 로보틱스, 모빌리티, 우주, STEM 체험형 기술 전시까지 끌어안는다. 즉, 굿우드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과 미래 기술에 관심 있는 가족 관람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페스티벌형 박람회다.

토마스 셰퍼(Thomas Schäfer) 폭스바겐 브랜드 CEO가 컴팩트 전기 SUV ID.크로스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이미지 확대보기
토마스 셰퍼(Thomas Schäfer) 폭스바겐 브랜드 CEO가 컴팩트 전기 SUV ID.크로스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

IAA 모빌리티 | 도시 전체를 전시장으로 바꾼 유럽식 재설계

독일 뮌헨의 IAA 모빌리티는 유럽식 재편의 또 다른 답안이다. IAA 2025에는 50만명 이상이 찾았고 350건이 넘는 월드 프리미어와 혁신이 소개됐다. 동시에 도심 한복판의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를 통해 전기차, e-바이크, e-스쿠터를 시민이 무료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박람회장을 도시 밖에 따로 만드는 대신, 도시 자체를 모빌리티 전시장으로 전환한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 C 111-II, 1970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C 111-II, 1970 사진=메르세데스-벤츠

페블비치 오토모티브 위크 | 자동차가 문화 자산이 되는 무대

미국 캘리포니아의 페블비치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는 1950년 시작된 페블비치 오토모티브 위크의 기함 행사이며, 공식 설명대로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축제로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자동차는 역사, 디자인, 희소성, 브랜드 유산을 거래하는 문화 자산이 된다. 콘셉트카와 코치빌드, 초고가 컬렉터카,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이 한곳에서 조우하는 자리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SEMA 쇼 전경 사진=SEMA 이미지 확대보기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SEMA 쇼 전경 사진=SEMA

SEMA 쇼 | 튜닝과 애프터마켓도 이미 하나의 거대 박람회 산업

미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축은 라스베이거스의 SEMA다. SEMA 2025는 15만3000명 이상, 2300개 브랜드, 500개의 신규 참가 브랜드를 모았고, 주최 측은 이를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이벤트라고 규정한다. 이곳은 완성차 신차 공개보다 튜닝, 부품, 액세서리, 상용화 아이디어, 교육 세미나와 네트워킹이 중심이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 BMW 부스에 많은 관람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사진=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025 서울모빌리티쇼 BMW 부스에 많은 관람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사진=나연진 기자

서울·부산 모빌리티쇼 | 이름만 바꾼다고 세계 박람회가 되지는 않는다

서울모빌리티쇼는 2025년 행사에서 451개 기업이 참여했고 방문객도 56만명에 달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외형은 제법 커졌다. 문제는 참가 기업 수는 늘었지만 완성차 헤드라인 파워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한국 언론 보도에서도 수입차 업체들이 낮은 홍보 효과를 이유로 참가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형은 엑스포를 닮아가는데, 정작 세계가 주목할 킬러 콘텐츠와 글로벌 OEM의 필참 명분은 약하다.

부산은 더 뼈아프다. 2024년 부산국제모빌리티쇼에는 참가 브랜드가 6개 수준에 그쳤고, 주요 브랜드의 불참은 ‘국제’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시 이름을 모빌리티로 바꾸고 친환경차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해서 국제 박람회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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