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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전기차 공장에 휴머노이드 350대 투입…“사람 대신 허리 아픈 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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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전기차 공장에 휴머노이드 350대 투입…“사람 대신 허리 아픈 일 맡긴다”

프랑스 두에 공장서 타이어·패널 운반 시작
18개월 내 대규모 확대, 차량당 생산시간 30% 단축·생산비 20% 절감 겨냥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3-18 23:23

르노 두에 전기차 공장에서 완더크래프의 휴머노이드 로봇 캘빈-40가 사람이 들기 힘든 무게의 부품들을 나르고 있다. 사진=르노이미지 확대보기
르노 두에 전기차 공장에서 완더크래프의 휴머노이드 로봇 캘빈-40가 사람이 들기 힘든 무게의 부품들을 나르고 있다. 사진=르노
르노그룹이 프랑스 전기차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본격 투입한다. 단순 시범 운영이 아니라 생산라인에 실제 배치해 사람의 육체적 부담이 큰 작업을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르노는 최근 공개한 중장기 산업 전략 ‘퓨쳐레디(futuREady)’를 통해 2027년까지 공장 내 350대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하겠다고 17일(현지시각) 밝혔다. 르노는 이를 통해 차량당 생산시간을 30% 줄이고, 전체 생산비를 20% 절감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가장 먼저 투입된 곳은 프랑스 두에(Douai) 전기차 공장이다. 이 공장은 르노 5 E-테크 일렉트릭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현재 이곳에서는 첫 번째 이족보행형 로봇이 타이어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 조립라인으로 보내는 작업을 맡고 있다. 르노 측 설명대로라면, 사람이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기엔 부담이 큰 공정을 로봇이 대신하는 셈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캘빈-40(Calvin-40)’이다. 로봇 개발사는 프랑스에 뿌리를 둔 로보틱스 기업 완더크래프트(Wandercraft)이며, 르노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완더크래프트는 2025년 6월 시리즈D 라운드에서 총 75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는데, 이 투자에는 르노그룹도 주요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회사는 이 자금이 산업용 휴머노이드 ‘캘빈-40’의 개발 및 배치 확대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캘빈-40은 겉모습부터 전형적인 ‘인간형 로봇’과는 다소 다르다. 머리 대신 센서와 카메라를 허리 부근에 배치했고, 공장 내 실제 작업에 맞춰 기능 위주로 설계됐다. 완더크래프트에 따르면 이 로봇은 최대 40kg까지 반복적으로 들어 올릴 수 있으며, LED 표시등과 비전 시스템을 통해 상태를 알리고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르노가 화려한 데모용 로봇보다 현장용 자동화 장비를 택했다는 점이 읽히는 대목이다.

르노 두에 전기차 공장에서 실제 근무 중인 완더크래프의 휴머노이드 로봇 캘빈-40 사진=르노이미지 확대보기
르노 두에 전기차 공장에서 실제 근무 중인 완더크래프의 휴머노이드 로봇 캘빈-40 사진=르노

르노가 노리는 효과는 단순한 인력 대체를 넘어선다. 공식 전략 자료에 따르면 르노는 휴머노이드 350대 배치와 함께 평균 부품 수 30% 축소, 공장 가동중단 시간 절반 감축, 에너지 사용량 25% 절감도 함께 추진한다. 결국 휴머노이드는 생산성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한 전체 공장 혁신의 한 축이다. 특히 르노는 이 조합을 통해 차량 1대당 생산비를 20% 낮추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 단계에서 로봇이 모든 공정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르노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캘빈-40은 현재 타이어 운반이나 차체 공장의 패널 이송 같은 반복적이고 무거운 작업에 우선 투입된다. 반면 최종 조립처럼 높은 속도와 세밀한 손기술이 필요한 공정은 아직 사람의 영역에 가깝다. 르노 산업·품질·공급망 총괄 티에리 샤르베(Thierry Charvet) 역시 휴머노이드를 “효율적이고 저비용의 자동화 장치”로 보고 있으며, 특히 중량물 취급이나 저부가 반복 작업에서 효용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유럽 자동차 업계의 경쟁 환경과도 맞물린다. 르노는 최근 전략 발표에서 중국계 경쟁사와의 비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 기간 단축, 공정 효율화, AI 기반 제조 혁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규모 휴머노이드 도입은 이 전략이 더 이상 개념 검증 단계가 아니라 실제 양산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휴머노이드가 공장 자동화의 ‘미래 기술’이 아니라, 당장 손익계산서에 반영될 수 있는 ‘생산 설비’로 취급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결국 르노의 선택은 분명하다. 사람을 완전히 몰아내는 로봇 공장을 꿈꾸기보다, 인간이 하기 힘든 작업부터 기계에 넘겨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공장의 휴머노이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르노가 350대라는 적지 않은 숫자를 제시한 만큼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의 ‘옵티머스’처럼 상징성이 큰 로봇보다, 르노의 캘빈-40이 먼저 공장 바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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