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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이 예고한 피지컬 AI 시대, 사라지는 운전대와 모빌리티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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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이 예고한 피지컬 AI 시대, 사라지는 운전대와 모빌리티의 진화

자율주행 넘어 인간과 교감하는 자동차 등장... 기술 속도 못 따라가는 법 제도는 해결 과제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1-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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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CES 2026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뿌리부터 뒤흔든 변곡점이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생성형 AI를 넘어 물리적 실체와 결합한 피지컬 AI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피지컬 AI의 챗GPT 모멘트가 도래했다고 선언한 것처럼 이제 자동차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를 넘어 스스로 환경을 인지하고 물리적 행동을 설계하는 지능형 로봇으로 진화했다. 과거의 자율주행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차선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면 피지컬 AI 시대의 모빌리티는 복잡한 도심의 맥락을 인간처럼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이러한 기술적 도약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지점은 운전석의 파괴적 재구성이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글로벌 부품사들이 선보인 폴더블 조향 시스템은 이제 양산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전자식 조향 기술인 스티어-바이-와이어(SBW)를 기반으로 설계된 이 장치는 물리적 연결 부위가 없어 주행 모드에 따라 운전대를 대시보드 안으로 25cm 이상 밀어 넣어 완전히 수납할 수 있다. 운전대가 사라진 자리는 대형 디스플레이나 업무용 테이블이 차지하며 자동차 실내는 이동 수단이 아닌 제3의 거주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는 자동차 설계의 중심이 기계적 제어에서 철저하게 사용자 경험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공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피지컬 AI는 탑승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인지 모빌리티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차량 내부에 장착된 고정밀 센서와 생체 인식 카메라는 운전자의 심박수와 동공 확장도 그리고 감정의 변화까지 포착한다. 만약 인공지능이 운전자의 피로도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면 차량은 즉시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을 제안하고 시트의 각도를 조절하며 내부 조명과 향기를 최적화해 휴식을 유도한다. 이는 차량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상태를 살피고 보호하는 반려 로봇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처럼 눈부신 기술적 성취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무거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제도와 법적 공백이다. 미국 교통부가 최근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하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 법 체계는 여전히 보수적인 틀에 갇혀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사고 발생 시의 책임을 인간 운전자의 조작 실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운전대가 사라진 차량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려낼 명확한 기준이 없다.

사고 발생 시 인공지능이 내려야 하는 윤리적 판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여전히 미비하다. 위급 상황에서 보행자와 탑승자 중 누구를 우선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알고리즘적 선택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철학적이고 법적인 결단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피지컬 AI가 실질적인 판단 주체가 되면서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이의 보험 책임 전가 논란도 피할 수 없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제도적 안전장치를 소홀히 한다면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술이 대중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CES 2026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기술의 완성이 아닌 수용의 문제다. 스티어링 휠이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그 자리를 비워두었을 때 발생할 사회적 위험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업계는 혁신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대폭 확대하고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모빌리티 법전과 보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동차가 인간의 손을 떠나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는 이미 도달했지만 그 발걸음이 안전한 도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정교한 법률적 설계가 절실하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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