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쏘가 전동화라는 새 옷을 입고 돌아왔다고 했을 때 살짝 의아함이 있었다.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했지만, 이름 뿐, 전혀 다른 차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무쏘 EV를 시승하며 느낀 핵심은 실용성이다. 화려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나면 그 자리에는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압도적인 활용성이 남는다. 겉모습에 치중한 도심형 SUV들이 놓치고 있는 실용의 가치를 무쏘는 전동화를 통해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무쏘’라는 이름이 이제는 픽업트럭의 대명사가 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니, 그 중에서도 아마 이 녀석은 한단계 더 높은 경제성을 책임지지 않을까 싶다.
역시 가장 먼저 와닿는 장점은 경제성이다. 전기차로 거듭나면서 내연기관 대비 에너지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기름값 걱정 없이 매일 도로 위를 누빌 수 있다는 점은 이 차를 생계나 일상용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축복이다. 물론
소모품 교체 주기가 긴 전기차 특유의 낮은 유지비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특히 이 차는 화물차인 트럭으로 분류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반 승용 전기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초기 구입비용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이보다 더한 매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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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도 측면에서도 무쏘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춘 덕분에 시골이나 현장에서는 그야말로 전천후 일꾼이다. 거친 길을 마다하지 않는 든든한 하체와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토크는 무거운 짐을 싣고도 가뿐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도심에서 타기에 불편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차체 크기가 지나치게 비대하지 않아 복잡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도 큰 어려움 없이 진입하고 주차할 수 있다.
도심 주행의 편의성도 기대 이상이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통해 운전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회생 제동을 적절히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스마트한 현대판 달구지의 모습이다. 정숙한 모터 구동음 덕분에 도심 주행에서의 안락함 또한 내연기관 시절과는 궤를 달리한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우선 디자인이다. 기존 무쏘의 투박하면서도 강인한 형상을 계승한 것은 좋으나, 전동화 모델만의 파격적인 변화가 적어 다소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신선함을 기대한 소비자라면 아쉬워할 대목이다. 또한, 최근 새롭게 등장한 가솔린 무쏘 모델의 존재감도 위협적이다.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가 고민인 이들에게는 가솔린 모델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내부적인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쏘 EV는 실용주의자들을 위한 최적의 해답이다. 멋을 부리기보다 내실을 다졌고, 전기차의 경제성과 트럭의 활용성을 교묘하게 버무려냈다. 일터와 일상을 넘나들며 경제적이고 든든한 동반자를 찾는 이들에게 이 진화된 조선 달구지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