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아이코닉한 전기 버스 ID. 버즈가 미국 시장에서 다소 복잡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유럽보다 늦은 출시와 짧은 주행거리, 높은 가격 등으로 인해 미국 내 초기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폭스바겐은 2026년형 모델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올해 하반기에 2025년형 재고를 소진한 뒤 2027년형 모델을 바로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에서의 고전과 달리 전 세계 시장에서의 분위기는 뜨겁다. 폭스바겐 상용차 부문에 따르면 지난해 ID. 버즈의 글로벌 수요는 전년 대비 102% 증가한 6만 700대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 판매량 역시 표면적으로는 7,300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61.5%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나, 이는 2024년 말에야 판매가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수요는 승용 모델과 카고 모델이 각각 54%와 46%를 차지하며 균형 잡힌 모습을 보였다. 폭스바겐은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하반기 ID. 버즈 카고의 롱휠베이스 버전을 추가로 선보여 물류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는 숏휠베이스 모델이나 카고 버전이 판매되지 않고 있어 라인업 확장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폭스바겐 상용차 부문 전체로 보면 ID. 버즈의 활약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18.9% 증가한 6만 5,900대를 달성했다. 전체 인도 물량 중 전기차 비중은 16.4%까지 올라갔지만, 내연기관을 포함한 전체 배송 물량은 40만 1,000대로 2.1% 소폭 감소하며 시장의 어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 시장의 일시적 공백기에 대해 폭스바겐 북미 법인은 상품성을 개선한 2027년형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입장이다. 젤 그루너 폭스바겐 북미 법인 최고경영자는 2026년형을 건너뛰는 대신 2026년 중에 2027년형 모델을 맞이하게 되어 기쁘다며 차기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2027년형 ID. 버즈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와 주행거리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폭스바겐은 최근 미국의 도전적인 전기차 시장 환경과 관세 문제, 연방 세액 공제 폐지 등을 이유로 세단 모델인 ID.7의 미국 출시를 취소하는 등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ID. 버즈가 다시 한번 국민차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향후 공개될 2027년형의 상품성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