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공도로 나온 레이싱카’라는 표현은 일종의 찬사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포드 머스탱 GTD나 포르쉐 911 GT3 RS와 같은 괴물들이 등장하면서 이 공식은 깨지고 있다. 이제 공도용 양산차가 오히려 여러 기술적 측면에서 서킷 전용 레이싱카를 능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딜러십에서 구매하는 스포츠카가 서킷에서 달리는 레이싱카의 성능 저하 버전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기술의 진보와 모터스포츠 규제의 강화가 맞물려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15마력의 괴력을 자랑하는 포드 머스탱 GTD는 포드의 GT3 레이서를 공도 주행용으로 만든 모델이다. 이 차량은 뉘르부르크링에서 6분 52.07초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포르쉐 918 스파이더나 페라리 298 GTB를 앞질렀다. 흥미로운 점은 규정에 묶인 실제 GT3 레이싱카보다 이 공도용 모델이 더 강력하다는 사실이다. 레이싱카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성능 균형(BoP) 규제에 따라 약 500마력 수준으로 출력이 제한되지만, 공도용 차량은 이러한 제약이 없어 엔진의 잠재력을 끝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머스탱 GTD와 포르쉐 911 GT3 RS가 서킷 전용카보다 빠른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스 기술이다. 머스탱 GTD는 F1의 DRS와 유사하게 유압으로 작동하는 대형 윙과 차체 하부 플랩을 갖췄다. 이 시스템은 최대 1,950파운드의 다운포스를 생성하면서도 직선 구간에서는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각도를 조절한다. 하지만 국제자동차연맹(FIA)의 GT3 규정에서 모든 에어로 장치는 고정되어야 한다. FIA가 이를 금지하는 이유는 민간 팀들의 비용 부담과 후행 차량에 악영향을 주는 더티 에어 문제 때문이다. 결국 규제에서 자유로운 공도용 차량이 더 진보된 공기역학 기술을 구사하게 된 셈이다.
서스펜션 분야에서도 양산차의 우위가 드러난다. 머스탱 GTD에 탑재된 어댑티브 스풀 밸브 서스펜션은 트랙 모드 활성화 시 차고를 40mm 낮춰 무게 중심을 최적화하고 지면 효과를 극대화한다. 반면 레이스 시리즈에서는 액티브 서스펜션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다. FIA는 이를 드라이버 에이드(운전자 보조 장치)로 간주하며, 과거 F1에서 위험성 문제로 금지된 이후 여전히 트랙 복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제조사들이 레이스 트랙에서 금지된 기술을 굳이 양산차에 쏟아붓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문 드라이버가 아닌 일반 고객들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 레이싱 드라이버와 같은 주행 경험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제조사들이 레이스 규정까지 무시하며 첨단 기술을 집약하는 최종 목적지는 결국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기록이다. 방음재와 편의 사양 등으로 무거워진 공도용 차량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서킷 전용카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규제 밖의 기술이 필수적이다. 포드는 뉘르부르크링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해 규제라는 장갑을 벗어 던지고 날것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사실상 이제는 레이싱카가 양산차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양산차가 레이싱카가 갈 수 없는 영역까지 먼저 도달하고 있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