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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렌스 반 덴 아커 부회장, “르노 필랑트는 네 바퀴 달린 우주선… 한국 시장의 통념 깨는 도박적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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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렌스 반 덴 아커 부회장, “르노 필랑트는 네 바퀴 달린 우주선… 한국 시장의 통념 깨는 도박적 시도”

장인의 공방에서 세계 무대로, 자동차 브랜드의 진화사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1-14 12:00

로렌스 반 덴 아커 르노그룹 부회장이 국내 기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로렌스 반 덴 아커 르노그룹 부회장이 국내 기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르노그룹의 디자인을 진두지휘하는 로렌스 반 덴 아커(Laurens van den Acker) 디자인 총괄 부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필랑트(FILANTE)’ 월드 프리미어 현장을 찾았다. 그는 이번 신차가 한국 시장의 기존 질서를 뒤흔들 대범한 도전장임을 강조하며 필랑트에 담긴 디자인 철학을 가감 없이 공유했다.

로렌스 부회장은 필랑트의 모든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로 ‘첫인상’을 꼽았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대범하고 담대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하단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라이트 시그니처를 처음으로 도입해 전면부를 보는 순간 시선이 꽂히도록 설계했다.

외장 색상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대중적인 블랙과 화이트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다크 포레스트 블랙’이라는 제3의 우아한 색상을 도입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측면 디자인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감 있는 비율을 구현했으며 전체적으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을 완성하는 데 주력했다.

실내 디자인의 핵심은 항공기 탑승 경험과 럭셔리한 분위기의 조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파노라마 스크린은 총 3개의 독립된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조수석의 세 번째 스크린은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막고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정면에서만 보이도록 특수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로렌스 부회장은 “필랑트가 일반적인 여객기가 아닌 개인용 전용기를 탄 듯한 승차감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차량 내부의 앰비언트 라이트 데코와 별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스위칭 글래스 루프는 ‘별똥별’이라는 차명의 의미를 실내 곳곳에 녹여낸 결과물이다.

레저 열풍으로 공간감을 강조한 정통 SUV가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르노가 역동적인 크로스오버를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지 않고 더 눈에 띄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로렌스 부회장은 “공간감과 날렵함이 대조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필랑트가 증명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박시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차체 비율을 길게 뽑아냄으로써 충분한 개방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르노가 한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브랜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렇기에 더욱 ‘다르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 차들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차별화된 장르를 개척하는 이번 시도가 일종의 ‘도박’일 수 있지만 다르다는 것이 곧 훌륭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필랑트의 디자인은 파리와 서울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완성한 결과물이다. 로렌스 부회장은 물리적인 거리에 상관없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공유하며 시너지를 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시장의 까다로운 기준과 큰 차를 선호하는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한국 현지에서의 테스트와 개발 과정에 큰 비중을 두었다.

기존 그랑 콜레오스가 실용적이고 전통적인 가치에 집중했다면 필랑트는 훨씬 이국적이고 유니크한 이미지를 지향한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조차 르노가 의도한 지점이다. 로렌스 부회장은 소형차를 밀리미터 단위의 정교함으로 만든다면 필랑트와 같은 대형 모델은 마치 조각품을 다루듯 감성과 질감에 집중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전했다. 그는 필랑트의 디자인 주제를 한 마디로 “네 바퀴가 달린 우주선”이라고 정의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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