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볼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안전’일 터다. 그 뒤에는 어딘가 고지식한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단단한 차체, 보수적인 세팅, 그리고 승차감보다는 안전을 우선한 주행 성향. 그런 볼보의 인상이 EX30 CC에서는 꽤 달라졌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는 단연 승차감이었다.
시동을 걸고(사실 시동을 걸지 않는다) 변속을 하면 천천히 출발하는 순간부터 느낌이 다르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차는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노면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은 둔감하게 걸러지고, 주행 질감은 놀라울 만큼 스무스하다. 지금까지 경험한 볼보 가솔린 모델은 물론, XC40 전동화 모델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성 위에, 한층 정제된 서스펜션 세팅이 더해진 느낌이다.
도심 주행에서는 특히 그 장점이 두드러진다. 신호 대기 후 출발할 때도, 감속과 재가속을 반복하는 구간에서도 차는 항상 일정한 리듬을 유지한다. 차체가 작고 가벼워서 움직임이 민첩하지만, 그렇다고 불안하거나 날카롭지는 않다. 오히려 한 템포 여유 있는 반응으로 운전자를 편안하게 만든다. 볼보 특유의 ‘안전 중심 세팅’이 부드러움이라는 형태로 진화한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EX30 CC는 얌전한 전기차에 머물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성격이 확 바뀐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가 쏟아지며 차는 앞으로 튀어나가듯 가속한다. 제로백 3.7초대에 끊는 듯한 체감 가속력은 체급을 잊게 만든다. 평소에는 온순하지만, 원하면 언제든 강력한 퍼포먼스를 꺼내 쓸 수 있는 ‘이중적인 매력’이다. 이 갭에서 오는 쾌감이 상당하다.
차체가 콤팩트한 덕분에 운전은 전반적으로 편하다.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 부담이 적고, 시야 확보도 좋다. 그렇다고 스티어링이 마냥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고속 주행에서는 묵직한 감각이 살아나며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운전자가 “이 차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세팅이다. 볼보가 안전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런 기본기에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육기자의 으랏차차] 의외의 승차감, 크로스컨트리가 이래도 되는거야?...볼보 EX30 CC
실내 분위기는 예상보다 아기자기하다. 단정한 스웨디시 디자인 위에 소소한 감각적 요소들이 더해져 차급 대비 만족도가 높다. 티맵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국내 환경에 잘 맞고, 음성 인식과 내비게이션 활용도도 준수하다. 여기에 고급진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실내 체감 등급은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간다. 작은 차지만, 안에 타고 있으면 ‘프리미엄 볼보’라는 인상이 분명하다.
EX30 CC는 여전히 볼보다. 안전을 중시하고, 구조적으로 단단하며, 철학이 뚜렷한 브랜드다. 하지만 이번 모델에서는 그 철학이 이전보다 훨씬 유연한 방식으로 표현됐다. 딱딱하고 고지식한 이미지 대신, 부드러운 승차감과 스무스한 주행 질감, 그리고 필요할 때 터지는 강력한 퍼포먼스가 공존한다.
결론적으로 EX30 CC는 “안전한 차”를 넘어 “타기 좋은 차”로 진화한 볼보다. 출퇴근길에서도, 주말 드라이브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기 크로스컨트리. 이제 볼보를 떠올릴 때 ‘고지식함’ 대신 ‘부드러움’을 먼저 말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