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다르면 포르쉐를 10년간 이끌어온 올리버 블루메가 마칸 조기 단종에 대한 전략적 실수임을 인정했다고 한다. 지난 1월 1일 자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올리버 블루메는 자신의 재임 기간 중 가장 큰 전략적 실수로 마칸의 성급한 단종 결정을 꼽았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블루메는 1세대 마칸을 후속 모델 없이 단종시키기로 했던 과거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현재 폭스바겐 그룹의 수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블루메는 당시 데이터와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내연기관 마칸의 자리를 전기차 모델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그리고 전기차를 각 세그먼트에서 제공하되 모든 개별 제품에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마칸의 경우는 판단이 틀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의 시장 상황은 당시와 판이하게 다르며 이에 대응해 다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세대 마칸은 유럽의 새로운 사이버 보안 규정(GSR2)을 충족하지 못해 이미 2024년 중반 유럽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2026년 중반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다.
포르쉐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카이엔 아래 급에 위치할 새로운 내연기관 크로스오버를 개발 중이다. 2028년 출시 예정인 이 신차는 마칸이라는 이름 대신 새로운 명칭을 사용하며 전기차 마칸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차기 내연기관 크로스오버가 최신 아우디 Q5와 플랫폼을 공유하며 프리미엄 플랫폼 컴버스천(PPC)을 기반으로 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르쉐는 과거 마칸 개발 당시 아우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후륜 구동 중심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막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현재는 비용 절감과 개발 시간 단축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어 이전만큼의 독자적인 대규모 재설계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포르쉐의 이러한 전략 수정은 마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초 전기차 전용으로 계획되었던 대형 3열 SUV에도 내연기관 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며 전기차로의 완전 전환이 예고되었던 718 박스터와 카이맨 역시 다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고객들에게 내연기관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에 이르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비록 전략적 판단 착오가 있었으나 올리버 블루메의 재임 기간 포르쉐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가 취임한 2015년 당시 22만 5천여 대였던 연간 판매량은 2023년 32만 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포르쉐가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제품 라인업을 유연하게 재편하고 있는 만큼 향후 맥라렌 출신의 신임 CEO 마이클 라이터스 체제 아래서도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