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보내고 2026년을 맞이하는 시점,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10일간 장기 시승차로 제공했다. 단발성 시승으로는 이 기함이 지닌 체량(體量)과 결기(結氣)를 온전히 담기 어렵다고 판단해, 본 기획은 ‘실록(實錄)’의 형식을 빌려 여정을 기록했다. 이번 회차는 그중 신기술과 고속 주행, 즉 보는 능력과 나아가는 능력이 어떻게 하나의 격조로 수렴되는지를 다룬다. 편집자주
제3장. 신기술(新技術) — 빛과 창, 혜안으로 앞길을 비추다
행군 사흘째, 기함의 내실을 가득 채운 신비로운 술책들을 살피니 이는 가히 예사로운 재주가 아니다. 차가운 유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천 리 밖의 지형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고, 보이지 않는 곳의 위험까지 미리 알려주니 운전자의 눈(眼)이 수십 개로 늘어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거울(10.1인치 디스플레이)은 '티맵(TMAP)'이라 불리는 영민한 길잡이를 품고 있어, 복잡하게 얽힌 도심의 미로 속에서도 가장 빠른 지름길을 거침없이 제시한다. 또한, 조수석 앞에 따로 마련된 전용의 창은 동승자만을 위한 은밀한 유희의 공간이 되어, 긴 도정 속에서도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각기 다른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하나의 기함 위에서 조화를 이루니, 이는 실로 지혜로운 공간 분할이라 할 수 있다.
더욱 기특한 것은 '디지털 룸미러'라 불리는 신통방통한 거울이다. 뒷좌석에 짐을 가득 싣거나 승객이 앉아 뒤편의 시야가 가로막혀도, 차체 뒤편에 달린 밝은 눈(카메라)이 실시간으로 후방의 상황을 투명하게 비춰준다. 밤눈마저 어찌나 밝은지, 어둠 속에서도 뒤따르는 마차의 움직임을 대낮처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마음의 평온을 더한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무선의 기술 또한 놀랍다. 번거로운 줄(케이블) 없이도 기기와 기기가 서로 소통하며 음악을 전하고 서신을 주고받으니, 내실의 풍경은 한결 깔끔하고 고결해졌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수용한다.
앞 유리에 투영되는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마치 허공에 쓴 비문처럼 주행의 핵심 정보를 눈앞에 띄워주어, 시선을 아래로 떨굴 필요 없이 오로지 앞길의 위엄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이렇듯 그랜드 체로키는 강인한 골격 속에 신묘한 혜안을 감추고 있었다. 운전자의 의중을 미리 읽어내는 영물(靈物)과도 같은 모습이랄까. 이 신비로운 재주들에 감탄하며 사흘째의 기록을 마친다. 내일은 이 모든 기술을 한데 모아 안개를 뚫고 지평선을 가로지르는 '질주'의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행군 나흘째 되는 날, 새벽부터 피어오른 짙은 안개가 앞길을 가로막으니 지척을 분간하기조차 어려웠다. 허나 이 강철마의 고삐를 쥐고 고속의 대로(高速道路)에 들어서니, 기함은 마치 안개 바다를 가르는 거대한 전함처럼 거침없이 물결을 헤치기 시작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실어 엔진의 잠을 깨우자, 육중한 몸체가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기세가 가히 폭포수와 같았다. 속도가 붙을수록 차체는 더욱 지면에 밀착되며 안정감을 더하니, 거센 바람 소리조차 기함의 기세에 눌려 잦아든다. 6기통 심장의 고른 박동은 운전자의 발바닥을 타고 전해지며 "더 멀리,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는 묵직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 몽환적인 안개 속에서 가장 빛난 것은 '액티브 드라이빙 어시스트'라 불리는 신통한 보조 술책이었다. 앞서가는 마차와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함은 물론, 굽이진 길에서도 차선의 중심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지켜내니 운전자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안개 너머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미리 감지하여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매만지는 그 영민함은, 마치 노련한 길잡이가 앞에서 횃불을 밝혀주는 듯한 든든함을 선사했다.
장거리 항해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것은 또 있었다. 시트 깊숙이 숨겨진 안마 장치(마사지 시트)가 등과 허리의 뭉친 혈을 부드럽게 짚어주니, 수백 리 길을 달리는 와중에도 몸은 마치 안방의 보좌에 앉아 있는 듯 평온했다. 차가운 새벽 공기는 열선 시트의 온기로 다스리고, 안개 낀 창밖의 풍경은 기함의 정숙함으로 다스리니 이는 주행이라기보다 고결한 유람에 가까웠다.
마침내 안개를 뚫고 지평선 너머로 해가 솟구칠 때, 그랜드 체로키는 여전히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대륙을 호령하고 있었다. 속도의 한계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그 질주 본능에 경의를 표하며 나흘째의 기록을 마친다. 내일은 이 든든한 품 안에 소중한 이들을 태우고, 모두가 평안한 '가화만사성'의 가치를 기록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