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PHEV는 도심과 고성능이라는 두 영역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브랜드의 의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델이다. 서울 강남 도심을 전기 모드로 주행할 때 이 차는 일반적인 대형 세단과 다르지 않다. 시동 직후 기본 주행 모드인 E-파워 상태에서는 엔진 개입이 최소화되며,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차와 유사한 정숙성을 유지한다. 도심 주행 환경에서 ‘하이브리드 대형 세단’이라는 정체성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파나메라 PHEV의 성격은 주행모드 전환과 함께 명확히 달라진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하면 전기 모터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성능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바뀐다. 4.0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가 동시에 개입하면서, 이 차는 친환경 모델이 아닌 고성능 포르쉐 세단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전동화가 곧 성능의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구성이다.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는 시스템 최고출력 700마력 이상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약 3초 초반대다. 수치만 놓고 보면 슈퍼카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주목할 부분은 가속 방식이다. 대배기량 엔진 특유의 회전 상승을 기다릴 필요 없이, 전기 모터가 초반부터 최대 토크를 즉각적으로 전달한다. 그 결과 차체 중량이 2.5톤에 달함에도 체감 가속은 가볍다.
이 같은 주행 감각은 섀시 구성에서도 이어진다. 대용량 배터리는 차체 하부에 배치돼 무게 중심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급가속이나 고속 코너링 상황에서도 차체의 쏠림은 크지 않다. 여기에 포르쉐 특유의 능동형 섀시 제어 시스템과 후륜 조향 장치가 결합되며, 대형 세단임에도 조향 반응은 빠른 편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강조되는 SDV 흐름과 맞물려, 파나메라 역시 하드웨어 성능을 소프트웨어 제어로 정교하게 다듬은 사례라 볼 수 있다.
실내 구성은 포르쉐의 최신 럭셔리 기준을 따른다.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조수석 전용 스크린, 물리 버튼과 터치 인터페이스를 병행한 구성은 기능성과 고급감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다. 소재 선택이나 마감 완성도는 동급 최고 수준에 가깝다. 파나메라가 단순한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플래그십 세단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하이브리드 모델 특유의 한계도 분명하다. 배터리가 트렁크 하부 공간을 차지하면서 적재 공간은 일반 파나메라 대비 줄어든다. 골프백이나 대형 짐 적재에는 제약이 따른다. 뒷좌석 공간은 충분히 넉넉하지만, 이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뒷좌석 중심의 쇼퍼 드리븐 차량으로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파나메라는 여전히 운전자가 중심이 되는 세단이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파나메라 PHEV는 포르쉐의 전동화 전략을 상징하는 모델 중 하나다. 순수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병행하는 과도기적 선택이 아니라, 고성능 브랜드가 전동화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에 가깝다. 전기 주행을 통해 규제와 도심 환경에 대응하면서도, 성능과 주행 감각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는 ‘친환경 세단’이나 ‘고성능 세단’ 중 하나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조용한 출퇴근과 고속도로 주행, 그리고 포르쉐다운 퍼포먼스를 한 대의 차에 담으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모델이다.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포르쉐의 방향성이 이 차에 비교적 명확하게 담겨 있다.
가격 측면에서 보면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는 분명한 상위 포지션에 놓인다. 국내 판매가는 약 3억4천만 원 수준으로, 일반 파나메라나 하위 하이브리드 트림과는 체급이 다르다. 취득세와 옵션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3억 중후반에 근접한다. 이 가격대에서 파나메라는 단순한 고성능 세단이 아니라, 전동화와 퍼포먼스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플래그십 성격의 모델로 해석된다.
경쟁 모델로는 메르세데스-AMG GT 63 S E 퍼포먼스와 벤틀리 콘티넨탈 GT가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AMG GT 63 S E 퍼포먼스는 약 2억 후반대 가격으로 파나메라보다 저렴하면서도 800마력대 시스템 출력을 앞세워 성능 면에서 더 공격적인 성격을 띤다. 반면 벤틀리 콘티넨탈 GT는 가격대가 파나메라와 비슷하거나 더 높고, 성능보다는 럭셔리와 브랜드 상징성에 무게를 둔 그랜드 투어러에 가깝다. 이들 사이에서 파나메라는 가장 ‘세단다운 실용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동화 시대의 고성능 포르쉐라는 균형점을 노린 선택지로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