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4일 실시한 소프트웨어(S/W) 및 IT 부문 사장단 인사는 단순한 인적 쇄신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SDV)'으로의 전환을 완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을 의사결정의 최전선에 배치해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기존 조직 체질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진은숙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다. 진 사장은 네이버 기술센터장과 NHN CTO를 역임한 국내 최고의 ICT 전문가로, 현대차 합류 이후 글로벌 원 앱 통합과 차세대 ERP 시스템 구축 등 그룹의 굵직한 IT 혁신을 이끌어왔다. 그의 사장 승진은 현대차그룹 내 IT 부문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었음을 상징한다.
특히, 현대차 최초의 여성 사장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등 핵심 분야에서의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그룹 전반의 인프라 개발 역량을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사내 시스템 효율화를 넘어 전 세계 고객에게 일관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룹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현대오토에버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류석문 전무의 파격 기용 역시 주목할 만하다. 류 내정자는 쏘카 CTO와 라이엇게임즈 기술이사 등을 거친 전형적인 '개발자 출신' 리더다. 현대오토에버가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IT 시스템 구축의 핵심 기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개발자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는 수장의 등장은 조직 내 개발 문화 혁신과 우수 인재 확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빌리티 플랫폼과 게임 산업에서 쌓은 기술 리더십은 향후 현대오토에버가 추진하는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품질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인사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개발자 중심 조직 문화'의 정착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조직 문화를 유지해왔으나, SDV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필수적이다.
진은숙 사장과 류석문 대표는 모두 IT 업계에서 개발자 문화를 주도해온 인물들로, 이들의 배치는 그룹 내 소프트웨어 인력들의 성취감을 높이고 외부 우수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술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그룹 차원의 소프트웨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실질적인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곧 미래 생존력'이라는 판단하에 기술 전문성을 갖춘 실무형 리더들에게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 사장이 그룹 전체의 IT 거버넌스와 인프라를 혁신하고, 류 대표가 현대오토에버를 통해 구체적인 기술 구현과 품질 확보를 담당하는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진정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체질 개선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