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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R&D 수장 전면 교체… SDV 경쟁력 재정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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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R&D 수장 전면 교체… SDV 경쟁력 재정비 ‘승부수’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전환 속도전… 테슬라·中 브랜드와 격차 줄이기 위한 조직 개편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2-12 08:33

만프레드 하러 차량개발담당 부사장.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만프레드 하러 차량개발담당 부사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기아가 연구개발(R&D) 조직의 핵심 리더십을 동시에 교체하는 강수를 두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대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자율주행·소프트웨어 기술을 고도화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내부 쇄신을 통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신임 R&D 본부장으로 만프레드 하러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을 유력 검토 중이다. 현직인 양희원 사장은 이달 15일 퇴임식을 끝으로 자리를 떠난다. 이로써 그룹은 연구개발 체계를 이끌어온 ‘투톱’을 모두 새 인물로 교체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R&D 조직을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로 분리하는 투트랙 체제를 도입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바 있다. 양희원 사장이 HW 분야를, 송창현 AVP본부장(사장)이 SW 부문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이달 4일 송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양 사장까지 용퇴 수순에 오르면서 그룹 R&D 양 축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SDV·자율주행 분야의 개발 진척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내부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한국 시장에 테슬라 FSD(Full Self Driving)의 ‘레벨 2+’ 기능이 도입되고, GM이 ‘수퍼크루즈’로 핸즈오프 주행을 선보이면서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반면, 현대차·기아는 안전성 검증을 이유로 핸즈오프 기능 도입을 미뤄왔다. 그 결과 '국내 최초' 타이틀을 글로벌 업체에 잇달아 내주는 상황이 됐다.

국내 소비자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기술 변화에 민감한 시장 특성상,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미국산 모델을 확대해 국내에 투입할 경우, 시장 구도는 단기간에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SDV 기반 차량을 공격적인 가격과 스펙으로 쏟아내면서 압박은 더 강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이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나 실증 사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R&D 리더십 교체를 통해 조직 전체의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배경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신임 본부장으로 거론되는 하러 부사장은 아우디·BMW·포르쉐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차체·섀시·전장·플랫폼 개발을 두루 경험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특히 SDV 전환의 핵심인 차량 아키텍처 구축 능력이 높이 평가되며, 현대차그룹의 기술 체질 개선을 이끌 적임자로 주목받고 있다.

관심은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할 AVP본부 후임 인사로 쏠린다. 그 자리는 SDV 전환의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출신 임원 등 글로벌 빅테크 인재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 결정으로 현대차·기아는 SDV 시대 대응을 위한 전면적인 R&D 재정비 국면에 진입했다. 변화가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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