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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폭스바겐 아틀라스 시승기, “부피 대신 안정감을 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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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폭스바겐 아틀라스 시승기, “부피 대신 안정감을 싣다”

헤이리에서 파주 외곽까지, 큰 차가 보여준 낯선 여유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2-11 12:05

폭스바겐 아틀라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아틀라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폭스바겐이 미국 시장을 위해 만든 가장 큰 SUV, 아틀라스(Atlas)는 한국 소비자에게 다소 생소하다. 이번에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회원 한정으로 파주 헤이리 자유 시승 기회가 주어졌다. 2시간 남짓, 헤이리 예술마을의 복잡한 주차라인, 통일전망대 방향의 국도, 운정 신도시 외곽 도로까지 다양한 환경을 거치며 경험해봤다. 아틀라스는 크기만큼이나 묵직한 존재감을 조용히 드러냈다.

전장 5m가 넘는 차체는 출발 전까지 분명 부담이다. 헤이리 특유의 예술 공간 사이 좁은 진입로와, 기하학적·미로형 주차라인이 얽힌 구조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나 막상 움직이자 첫인상은 의외로 단순했다. 큰데 어렵지 않다.

시야는 높은 대신 과한 압박이 없고, 스티어링은 부피 대비 민첩하게 반응했다. 차체는 크지만, 코너 진입시 기울어짐이 별로 없어, 마치 ‘큰 티구안’을 모는 듯한 안정감이 있다. 주행 질감은 독일식이 아닌 명백히 북미식이다. 승차감은 단단함보다 여유를 강조하고, 과속 방지턱에서 리바운드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무게를 툭 내려놓고 차체가 편안히 가라앉는 감각이 균형 있게 조율되어 있다.

시승 차량은 최신 북미형 아틀라스 기준으로 2.0 TSI 터보 사양이다. 더 크고 더 많은 사람을 태우는 SUV임에도, 출력은 수치 이상의 여유를 발휘했다. 초반 가속은 급하지 않지만, 국도 직선 구간에 접어들면 답답함 없이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속도를 내라고 재촉하지 않고, 내고 싶으면 언제든 대응하는 성격이다. 오히려 튀어나가는 초기 토크감이 불편할 수도 있다.

폭스바겐 특유의 DSG 대신 북미 시장에 맞춰 조율된 일반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는 점도 느낌을 다르게 만든다. 변속 타이밍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토크 밴드가 편안하게 이어진다. 스포츠 SUV가 아닌, ‘생활 거주 SUV’라는 정체성에 확실히 더 가깝다.

폭스바겐 아틀라스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아틀라스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헤이리에서 통일로 방향으로 빠져나오면 노면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의외로 아틀라스는 이런 구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풍절음과 하부 소음이 크지 않고, 노면 진동을 두툼한 서스펜션이 매끈하게 정리한다.

“독일 프레임이지만 독일 감성은 아니다.”

딱 그 포인트.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유럽식 조율과 달리, 북미 패밀리 SUV로서의 포근함이 분명하다.

이 차를 타고 아이 2명과 짐까지 싣고 장거리 이동을 한다면, 차체 크기보다 정숙성과 여유 있는 세팅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큰 SUV는 많은 것을 담지만, 아틀라스는 그중에서도 ‘피곤하지 않은 이동’에 집중한 타입이다.

3열까지 갖춘 7인승 구조지만, 실내 디자인이 과장되거나 화려하지 않다. 폭스바겐 특유의 직선 위주 센터 레이아웃이 유지되고, 버튼 배치 역시 단정하다. 넓지만 덩치 자랑을 하지 않는 공간.

2열은 성인 두 명이 다리를 편히 뻗고 앉을 수 있고, 3열은 장거리보단 단거리 중심이지만 패밀리 SUV 역할에는 무리가 없다. 헤이리 카페 주차장에서 유모차를 싣고 내리는 과정을 가정해보면, 이 차가 겨냥하는 타깃이 더 명확해진다.

아틀라스는 시승 내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존재감은 차체 크기에서 나오지만, 주행 감각은 정반대다. 고성능도, 고급사양 집착도 아니다. 그저 크기와 편안함 사이의 이동 균형점을 찾은 SUV라는 생각이다.

파주 헤이리 예술 관광객, 대가족 이동, 주말 농가 왕복, 장거리 캠핑 등 실제 생활 경험 속에서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자동차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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