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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열전] 현대차·기아가 달릴 수 있는 원동력 '韓 마이너 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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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열전] 현대차·기아가 달릴 수 있는 원동력 '韓 마이너 3사'

KGM·GM·르노, 독과점 시장의 '메기' 역할 톡톡 SUV 명가 재건, 수출 기지, 하이브리드 승부수…각자도생 넘어 경쟁력 입증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2-05 08:20

르노 그랑 콜레오스 사진=르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르노 그랑 콜레오스 사진=르노코리아
한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라는 거대한 두 공룡이 9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지배하고 있다. 수치만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이 운동장이 무너지지 않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은 치열하게 버티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한 '마이너 3사(르노코리아, KG 모빌리티, GM 한국사업장)'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대차·기아가 놓친 틈새를 파고들고, 때로는 그들을 긴장시키는 '메기' 역할을 자처한다. 2025년 12월, 각자의 생존 방정식을 통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 3사의 현황과 경쟁력을 짚어봤다.

토레스 사진=KG 모빌리티이미지 확대보기
토레스 사진=KG 모빌리티

KG 모빌리티: 'SUV 명가'의 부활, 야생성을 되찾다

KG 모빌리티(이하 KGM)는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굴곡진 서사를 가진 브랜드다. 동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를 거쳐오며 '무쏘', '코란도'라는 걸출한 유산을 남겼지만, 잦은 주인 바뀜과 법정관리라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2022년 KG그룹에 인수되며 사명을 변경한 후, KGM은 과거의 영광인 '야생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KGM의 반등을 이끈 것은 단연 '토레스'다. 도심형 SUV가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 정통 오프로더 감성을 입힌 디자인으로 틈새를 공략했다. 이어 선보인 쿠페형 SUV '액티언'은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잡으며 호평받았다. KGM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세단 라인업을 과감히 배제하고,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SUV와 픽업트럭(렉스턴 스포츠&칸)에 올인했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촘촘한 라인업 사이에서 '가성비'와 '강인함'을 원하는 수요층을 정확히 타격했다.

쉐로베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GM 한국사업장이미지 확대보기
쉐로베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GM 한국사업장

GM 한국사업장: 글로벌 수출 기지, '기본기'로 승부

GM 한국사업장(한국지엠)은 과거 대우자동차의 유산을 이어받아 글로벌 제너럴 모터스(GM)의 핵심 생산 기지로 자리 잡았다. 내수 점유율 면에서는 고전하고 있으나, 경영 효율성과 수출 실적 면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GM 한국사업장의 핵심 무기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다. 이 두 모델은 북미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의 인기를 누리며 한국지엠의 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GM 특유의 탄탄한 주행 기본기와 안전성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꾸준한 신뢰를 얻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는 쉐보레, 캐딜락, GMC 등 멀티 브랜드 전략을 통해 대중차부터 프리미엄, 초대형 픽업까지 아우르는 '아메리칸 정통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며 현대차·기아가 줄 수 없는 차별화된 감성을 선사한다.

르노코리아: '오로라'의 빛, 하이브리드 기술의 정점

삼성자동차로 시작해 르노그룹 산하에 편입된 르노코리아는 오랜 기간 신차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024년, 야심 차게 준비한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결실인 '그랑 콜레오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대반격에 나섰다.

르노코리아의 현재 키워드는 '전동화'와 '협업'이다.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검증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도입, 높은 연비와 정숙성을 무기로 국내 중형 SUV 시장을 흔들었다. 특히 부산 공장은 르노 그룹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생산 품질을 자랑하며, 2025년 하반기부터는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생산 거점 역할까지 수행한다. 프랑스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한국의 생산 기술,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십이 결합해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를 뛰게 만드는 자극제

이들 마이너 3사의 존재 가치는 단순히 점유율 10%에 머무르지 않는다. KGM이 토레스를 내놓자 현대차는 싼타페의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바꿨고, 르노코리아가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로 돌풍을 일으키자 기아는 쏘렌토의 상품성을 강화했다. GM의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보여준 가성비 전략은 소형 SUV 시장의 가격 경쟁을 유발했다.

결국 이 3사가 있기에 현대차와 기아는 독점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품질을 개선하고 가격 경쟁력을 고민한다. 소비자에게는 '대안'을, 시장에는 '건전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마이너 3사. 그들이 현대차·기아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만드는 진정한 원동력이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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