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로 디젤 엔진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디젤게이트 이전 50%를 상회하던 유럽 내 디젤차 점유율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8%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가솔린은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도 뒤처지는 4위의 성적표다. 바야흐로 디젤의 황혼기다.
하지만 'TDI의 명가' 아우디는 아직 디젤 엔진을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아우디가 신형 A6와 Q5에 탑재될 새로운 전동화 기술이 접목된 3.0리터 V6 디젤 엔진을 공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1989년부터 디젤 승용차를 판매하고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를 8번이나 제패했던 아우디의 노하우는 2025년형 엔진에서 정점을 찍었다. 핵심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과 '전동식 컴프레서(EPC)'의 결합이다.
아우디가 V6 디젤에 48V 시스템을 적용한 적은 있지만, EPC가 터보차저 및 인터쿨러 후단에 배치되어 흡기 경로에서 직접 작동하는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배기가스 압력이 충분하지 않아 터보차저가 제 힘을 못 낼 경우(터보 래그 구간), 전동식 컴프레서가 개입한다. 1차로 터보를 거친 공기를 전동 컴프레서가 다시 한번 강하게 압축해 연소실로 밀어 넣는다.
아우디 측은 "이 기술을 통해 낮은 RPM에서도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며 터보 래그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비슷한 출력의 전기차와 맞먹는 즉각적인 응답성을 제공한다"고 자신했다.
성능 수치도 인상적이다. 새로운 3.0리터 TDI 엔진은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580Nm(약 59.1kgf·m)를 발휘한다. 최대 부스트 압력(3.6바)에 도달하는 시간은 이전 모델 대비 1초 가까이 단축됐으며, 컴프레서 휠은 단 0.25초 만에 9만rpm으로 회전한다. 출발 시 첫 2.5초 동안 차량 한 대 길이만큼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MHEV 시스템이 출발 시 일시적으로 24마력과 230Nm(약 23.4kgf·m)의 힘을 보탠다. 이를 바탕으로 신형 A6 세단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5.2초 만에 도달하며, SUV인 신형 Q5는 공기저항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5.0초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복잡해진 구동계 구조 탓에 내구성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나, 아우디는 "기존 V6 디젤 대비 내구성을 개선했으며 연료 효율성도 높였다"고 일축했다.
엄밀히 말해 이 엔진(코드명 EA897evo4)은 완전히 새로운 엔진은 아니다. 2010년 폭스바겐 그룹이 도입했던 엔진의 최신 개량형이며, 과거 디젤게이트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계보를 잇는다. 하지만 아우디는 이번 버전이 "역대 가장 깨끗한 V6"라고 강조한다. 특히 폐식용유 등을 재활용한 HVO(수소처리 식물성 오일) 연료를 사용할 수 있어, 일반 디젤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다.
아우디의 이 마지막 승부수는 향후 출시될 Q7 부분변경 모델과 플래그십 SUV로 점쳐지는 Q9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A7이나 A8 등 세단 라인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고성능 디젤 엔진이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