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Jeep) 랭글러는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유'와 '모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온 독보적인 오프로더다. 더 이상 군더더기의 설명이 필요 없다. 이번에 시승한 '랭글러 41 에디션'은 이러한 랭글러의 헤리티지를 기념하며 특별한 의미를 담아낸 한정판 모델이다. 마니아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랄까? 전통적인 DNA는 고수하되, 도심과 험로를 아우르는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41 에디션, 이틀 동안 시승하며 이 차의 매력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우선, 지프 한정판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에 있다. 다 비슷해 보이지만 나만의 특이점이 꼭 하나씩 있다. 이 모델은 지프의 80년 이상 된 헤리티지를 자축하는 모델이다. 1941년 미군을 위해 탄생한 윌리스 MB의 역사적 의미를 그린다고 할 수 있다. 전쟁 후 군용 자동차를 처음 민간에 판매하기 위해 내놓은 CJ(Civilian Jeep)의 시초다. 그게 바로 이 차라는 의미에서 남다른 이미지를 갖는다.
랭글러 41 에디션의 외관은 랭글러 특유의 각지고 투박한 실루엣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가장 큰 특징은 차체 여러 곳에 새겨진 '41' 시그니처 배지다. 1941년부터 시작된 지프의 유구한 역사, 그리고 4x4(사륜구동) 시스템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게 초점을 뒀다.
그리고 이 차가 갖는 색상이다. 군용 차량의 상징적인 색상에서 영감을 받은 '41 컬러'이며, 이는 흔히 올리브 드랩(Olive Drab) 또는 사지 그린(Sarge Green) 계열의 색상으로 알려져 있다.
전면의 7-슬롯 그릴과 원형 헤드램프는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41’이 가지는 의미에 걸맞게 윌리스 MB의 오리지날 디자인에 가깝다는 느낌도 준다.
손쉽게 지붕을 분리하여 드넓은 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오픈 에어링(Open-airing)' 기능도 랭글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다. 해당 모델은 ‘파워탑’ 모델이다. 버튼 하나로 패브릭 루프가 전동으로 개폐된다. 파워탑 기본형 모델과 마찬가지로 풍절음이 들어오지만, 감성적인 의미로 상쇄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전용 후드 데칼과 유니크한 휠 디자인 역시 이 모델이 단순한 랭글러가 아님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바디-온-프레임 구조를 고수하는 랭글러는 과거 온로드 주행에서 다소 둔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행 모델에 탑재된 2.0L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 토크 40.8kg.m를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된 파워트레인은 예상외로 경쾌한 가속감을 제공했다.
터보 엔진 덕분에 저속에서도 충분한 토크가 발생하며 도심 주행이나 고속도로 진입 시에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구조적인 특성상 일반 모노코크 SUV 대비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이 두드러지거나 코너링 시 롤링이 느껴지는 것은 랭글러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41 에디션은 온로드 승차감을 상당 부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프로드'에 뿌리를 둔 차량임을 운전자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랭글러 41 에디션은 험로 주행을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춘 모델이다. 셀렉-트랙(Selec-Trac) 풀타임 4x4 시스템 또는 락-트랙(Rock-Trac) 파트타임 4x4 시스템은 낮은 기어비, 전자식 스웨이바 분리 기능 등과 함께 어떠한 험난한 지형에서도 뛰어난 기동성과 탈출 능력을 보장했다.
실내는 철저히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최신 유커넥트(Uconnec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대형 터치스크린이 탑재되어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등 첨단 편의 사양을 지원했다. 41 에디션 전용 스티치나 마감재로 소소한 고급감을 더했지만, 물청소가 가능한 바닥 마개 등 랭글러의 트레이드마크인 '오프로드 후 관리 용이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다소 투박한 주행 질감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선택하는 것은 곧 '타협 없는 모험'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랭글러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희소성 있는 모델을 원하는 진정한 랭글러 마니아에게 41 에디션은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