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현재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거대한 자동차 시장이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이륜차, 상용차 등을 모두 포함하는 총 차량 판매량 규모가 매우 크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며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인도가 야심 차게 내놓은 새로운 전기차(EV) 제조 정책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했다. 29일(현지 시각) CarToq 보도에 따르면, 2024년 3월 발표된 전기승용차 제조촉진제도(SPMEPCI)는 지난 6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투자 약속도 받지 못했다. 인도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일까?
너무 높은 투자 장벽과 프리미엄 중심의 좁은 시장
이 제도가 요구하는 조건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제조업체들은 인도에 최소 415억 루피(약 5억 달러, 한화 약 7000억 원)를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이와 동일한 금액의 은행 보증까지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대가로 기업은 3년 안에 25%, 5년 안에 50%의 현지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 경우, 3만 5000달러(약 4900만 원) 이상의 EV에 한해 제한된 수량을 15%의 양허 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서류상으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은 인도에서 고급 등급에 속한다. 고가 EV에 대한 수요는 극히 제한적이다. 제조업체가 거액의 투자를 회수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인도의 EV 승용차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중국, 유럽, 미국에 비하면 물량이 매우 적다. 인도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에 민감하다. 대부분의 관심은 200만 루피(약 3200만 원) 미만의 EV에 집중되어 있다. 이 제도는 3만 5000 달러 이상의 자동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시장을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 소규모 부문에 서비스하기 위해 공장에 수천억 루피를 투입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수요가 많지 않으면 투자 수익은 약해 보인다. 게다가 그들은 지금 주요 시장에서 중국의 맹공격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할 수 있다. 핵심 시장을 방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망설임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인도에 성숙한 EV 공급망이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셀, 첨단 전자 제품, 특수 부품 등은 여전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근처에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 없이 현지 공장을 설립하면 비용과 복잡성이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동시에 인도의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고르지 못하다. 고속 충전 네트워크는 대도시와 일부 고속도로에 국한되어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장기적인 전망을 평가할 때 우려할 수밖에 없다. 취약한 생태계와 열악한 충전 준비 태세는 시장이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게다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EU, 영국,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고 있다. FTA를 통해 초기 투자 없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입 관세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영국 협정 초안에는 5년 후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가 포함되어 있다. 기업들은 지금 당장 큰돈을 투입하기보다는 명확성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정책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문의는 했지만, 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없다고 인정했다.
'테슬라 유치' 실패와 정책 재설계의 필요성
이 계획은 사실상 테슬라(Tesla)를 인도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주요 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EV 제조업체는 규칙이 확정되기 전 단 한 번의 회의에 참석했을 뿐, 그 이후로 참여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대신 CBU(완성차 수입) 노선을 통해 인도에서 전체 관세를 내고 자동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 계획이 테슬라의 우선순위와 일치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선거 전 급하게 정책을 시작하면서 테슬라 유치에 중점을 두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결국 그 기회는 지나가 버렸다.
현재 상황은 복잡하다. 높은 진입 장벽은 소규모 인도 EV 제조업체마저 배제한다. 기업은 자격을 갖추려면 글로벌 자동차 수익이 최소 157억 원, 고정 자산이 47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대부분의 국내 스타트업을 배제하는 기준이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정책 설계가 결국 대중 시장 EV 생산 능력을 구축하는 것보다는 고급 자동차 수입을 장려하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인도가 실질적인 제조업 투자를 유치하려면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투자 문턱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저렴한 EV를 포함하도록 범위를 넓히고, 공급업체 개발 및 충전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그때까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인도를 전기차 공장의 우선순위로 볼 가능성이 낮다. 작은 시장, 프리미엄 EV에 대한 제한된 수요, 취약한 공급망, 그리고 열악한 충전 네트워크의 조합이 이 계획이 인수를 끌어들이지 못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