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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맞나?' PHEV, 실제 주행 시 CO₂ 배출량 5배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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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맞나?' PHEV, 실제 주행 시 CO₂ 배출량 5배 폭증

EU, 12만7000대 조사 데이터 발표.. 자동차 업계와 환경 단체 '눈치 싸움'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9-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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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70 PHEV
유럽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자동차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식 테스트와 달리 실제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훨씬 더 많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하이브리드 기술이 더 깨끗해졌다는 자동차 업계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11일(현지 시각)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EU가 발표한 새로운 데이터에서 PHEV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공식 테스트 결과보다 거의 5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HEV는 배터리로 가는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 엔진을 함께 사용한다. 올해 EU 자동차 판매의 8.6%를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모델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는 시점 이후에도 PHEV를 계속 팔기를 원한다.

하지만 유럽환경청(European Environment Agency) 데이터를 분석한 T&E(Transport & Environment)의 분석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공식 테스트에서는 킬로미터당 28g의 CO₂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평균 139g을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2023년에 등록된 PHEV 차량 12만7000대의 연료 모니터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이처럼 현실과 테스트 결과의 차이가 큰 이유는 차량을 정상적으로 운전한다고 가정하는 공식 테스트와 실제 주행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EU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유틸리티 요소(utility factor)'를 설정했다. 이 유틸리티 요소는 CO₂ 등급을 수정하는 데 사용된다. 2025년과 2027년에 적용될 이 요소는 실제 주행과 테스트 간의 격차를 점차 좁힐 예정이다.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EU의 CO₂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PHEV 판매를 줄이거나 배터리 전기차 판매를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T&E의 자동차 담당 이사인 루시앙 마티유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주장하는 것보다 기후에 여전히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업계가 EU가 전기차 투자를 늦출 수 있도록 '눈 감아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EU 집행위원회가 이미 합의된 유틸리티 요소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로비는 최근 EU가 기후 목표 계산 시 하이브리드 배출량을 더 잘 반영하려는 노력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와 환경 단체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PHEV 문제는 12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하는 '전략적 대화'의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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