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빌리티

글로벌모빌리티

중국차, 가성비 넘어 기술력으로.. 호주 시장서 '한·일 성공의 길' 질주

메뉴
0 공유

뉴스

중국차, 가성비 넘어 기술력으로.. 호주 시장서 '한·일 성공의 길' 질주

1980년대 일본, 2000년대 한국 브랜드보다 더 빠르게 성장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6-17 08:47

사진=Great Wall Motors(GWM)이미지 확대보기
사진=Great Wall Motors(GWM)
호주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기존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일본과 한국 브랜드들이 그랬듯, 중국차는 이제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기술력과 디자인, 첨단 기능으로 무장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 호주 자동차산업연맹(FCAI)의 5월 판매 데이터는 중국 브랜드의 약진을 여실히 보여준다. Great Wall Motors(GWM)는 호주에서 6번째로 많이 팔린 브랜드로 등극했으며, MG가 7위, BYD가 12위, Chery가 14위로 뒤를 이었다. 전체 판매량에서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5%에 달하며, 이는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으로 꼽힌다.

콕스 오토모티브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외협력 매니저 마이크 코스텔로는 이러한 성장이 "1980년대 일본 브랜드와 2000년대 한국 브랜드의 성장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는 더 빠르고 더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기 중국차는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기술력과 디자인, 안전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Carsales 데이터 서비스 책임자인 로스 부스는 중국 제조업체 성공이 단순히 경제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호주 시장은 항상 신차의 가성비를 높이 평가해 왔으며, 많은 중국 차량이 낮은 운영 비용과 저렴한 구매 가격, 그리고 강력한 품질을 제공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YD는 지난해 판매량이 103% 증가하며 두 배 이상 성장했고, 체리는 234%라는 폭발적인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이미 확고한 입지를 다진 GWM 역시 14%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부스 씨는 카세일즈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산 차량이 "가격뿐만 아니라 제공하는 가치"로 인해 견인력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업체가 경쟁사보다 비슷하거나 더 나은 품질과 기술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며, 종종 더 저렴한 가격대로 제공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국 브랜드의 급속한 성장은 글로벌 공급 과잉, 가격 전쟁, 그리고 미국 및 유럽과 같은 주요 시장에서 무역 제한과도 무관하지 않다. 코스텔로 매니저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거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으며, 수출 옵션이 줄어든 상황에서 현재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 수준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BYD는 자국 시장에서 최대 30% 일시적인 가격 인하를 발표했으며, 지리(Geely), SAIC 모터(SAIC Motor), 립모터(Leapmotor) 등 다른 중국 브랜드들도 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호주와 같은 작지만 유망한 '창끝' 시장은 중국 브랜드에게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이들은 공격적인 가격 책정, 긴 보증 기간, 그리고 정교한 기술과 디자인으로 운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예를 들어, BYD 차량들은 거대한 인포테인먼트 화면, 고급 기능 및 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BYD Shark는 별 5개 ANCAP 등급을 획득했고, 올해 이미 6000 대가 팔렸다. GWM의 Tank 제품군은 오프로더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MG는 저렴한 해치백을 넘어 10만 달러(약 1억3500만 원)에 육박하는 스포츠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코스텔로 매니저는 구매자들이 중국 브랜드 자동차를 점점 더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구매자는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만, 계속 증가하는 코호트가 긴 보증 기간, 최첨단 기술 및 현대적인 디자인에 이끌려 더 저렴한 중국 자동차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중국 브랜드들이 "최고 인재를 영입하는 데 능숙하다"고 강조했다. BYD 수석 디자이너는 전 아우디 출신이며, GWM 호주 현지 차량 튜닝 수석 엔지니어는 GM 홀덴의 전 고위 임원인 롭 트루비아니다.

2026년까지 Denza, JAC, Deepal 및 Skywall과 같은 신흥 브랜드를 포함하여 20개 이상의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호주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호주 자동차 시장이 새로운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은 기존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빌리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