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그룹 CEO 루카 데 메오가 5년간 성공적인 재임 기간을 마치고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16일(현지시각) 모터1이 보도했다. 그의 다음 행보는 자동차 산업 밖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프랑스 명품 기업 케어링(Kering)의 새 수장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데 메오의 마지막 근무일은 7월 15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르노 이사회는 현재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데 메오는 폭스바겐 그룹의 SEAT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력을 바탕으로 2020년 7월 르노에 합류했다. 당시 르노는 상반기에 73억 유로라는 기록적인 순손실을 기록하며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데 메오는 '르나울루션(Renaulution)'이라는 턴어라운드 계획을 통해 르노를 부활시켰다. 그는 마진이 높은 제품에 집중하고 개발 시간을 단축했으며, 판매 부진 모델을 과감히 정리하고 SUV 중심의 라인업으로 전환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대표적으로 르노 5는 전기차(EV)로 재탄생했고, 곧 르노 4의 크로스오버 모델이 뒤를 이었다. 또한 트윙고(Twingo)는 내년에 르노의 보급형 전기차로 다시 출시될 예정이다.
데 메오의 노력은 다치아(Dacia) 브랜드 강화로도 이어졌다. 빅스터(Bigster) 소형 SUV를 출시하여 유럽 시장에서 다치아 입지를 확고히 했으며, 2026년에는 중국산 모델을 대체할 유럽 생산 저비용 전기차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윙고의 저렴한 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알핀(Alpine) 브랜드에 대한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데 메오의 지휘 아래 알핀은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을 확고히 했으며, 여러 EV 모델이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 공개된 A290 핫 해치백에 이어 A390 크로스오버가 합류했고, A110의 전기 후속 모델은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알핀은 또한 북미 시장을 겨냥한 대형 SUV와 함께 A310이라는 이름의 스포츠카 2+2 변형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데 메오는 자동차 산업 이외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해 르노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언론 르 피가로(Le Figaro)는 그가 구찌, 발렌시아가, 입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 다국적 지주회사 케어링(Kering)의 새로운 CEO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58세의 이 이탈리아 임원은 르노에서 이룬 자신의 업적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인생에서 일이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온다. 르노 그룹은 5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며,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성취했다. 오늘날 그 결과는 우리 역사상 최고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