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른바 '0마일(주행거리 0km)' 할인 판매 관행을 통해 신차를 중고차로 둔갑시켜 싸게 파는 행태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이 번역한 기사에 따르면, 인민일보는 "이러한 위장된 가격 인하는 정상적인 시장 질서를 교란하며, 자동차 산업 '인볼루션(Involution, 내적 퇴행)'의 두드러진 사례"라고 지적했다.
'인볼루션', 또는 '내권(内卷, neijuan)'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무의미하게 자원을 소모하는 행위를 뜻하는 유행어다. 최근에는 중국 국내 기업들이 '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스스로를 약화시키는 것에 대한 베이징 당국의 불만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인민일보는 "시장 경쟁 규칙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0마일 중고차'는 멀리, 그리고 오래 달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할인된 가격으로 거의 새 차를 판매 채널에 밀어 넣는 관행은 중국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사전 등록(pre-registrations)'이라는 관행을 유지해 왔다. 이는 딜러들이 잘 팔리지 않는 재고를 소진하고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행거리가 매우 낮거나 상징적인 수준인 차량을 할인하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3년차에 접어든 격렬한 가격 전쟁 속에서 이러한 상징적인 주행거리라는 최소한의 명분마저 없애며 이 관행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주요 원인은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BYD다. BYD는 잔혹한 속도로 가격을 인하하며 다른 경쟁업체들이 이를 따르거나 시장 점유율을 잃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BYD의 가장 저렴한 모델인 시걸 EV 해치백의 시작 가격을 이전 약 1만 달러(약 1300만 원)에서 7800달러(약 1000만 원) 상당으로 인하하기도 했다. 포춘지는 BYD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업계가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하를 기대하게 만들면, 구매자들이 더 좋은 거래를 기다리며 관망세로 돌아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인에 대한 의존도를 끊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가격 전쟁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수년간의 과잉 투자에서 비롯되었다. BYD와 지리(Geely) 같은 민간 기업들뿐만 아니라 가전 대기업 샤오미(Xiaomi)와 같은 신규 진입자들, 그리고 수많은 국유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후자의 국유 기업들은 종종 이익보다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중앙 정부 소유의 제일자동차그룹(FAW)과 둥펑(Dongfeng)뿐만 아니라 상하이자동차(SAIC)와 광저우자동차그룹(GAC)처럼 지방 정부나 성급 공산당 지도자들이 통제하는 기업들도 포함된다.
이 모든 기업들이 충분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중국은 현재 연간 거의 5천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 용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자동차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막대한 고정비용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생존을 위해 거의 어떤 가격으로든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Alix Partners)는 이미 시장 재편을 예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