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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어때] 정통 오프로더 시장, 다시 판짜는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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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어때] 정통 오프로더 시장, 다시 판짜는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디펜더의 정신적 후계자’, 진짜 오프로더가 돌아왔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6-14 09:05

이네오스 오토모티브 창업자 짐 래트클리프(Jim Ratcliffe)와 영국 출신 최고의 카레이서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이 그레나디어의 테스트 드라이버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네오스 오토모티브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이네오스 오토모티브 창업자 짐 래트클리프(Jim Ratcliffe)와 영국 출신 최고의 카레이서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이 그레나디어의 테스트 드라이버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네오스 오토모티브 유튜브 채널
정통 오프로더 시장의 지형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주인공은 ‘이네오스 그레나디어(Ineos Grenadier)’. 이름부터 낯선 이 브랜드는 석유화학 기업 이네오스(INEOS)가 만든 자동차로, 한때 사라졌던 올드 디펜더의 ‘영혼’을 계승하고자 탄생했다. 도로보다는 산과 사막을 달리기 위해 설계된, 말 그대로 ‘찐’ 오프로더다.

2020년 첫 공개 당시만 해도 “사업자금 낭비”라는 비아냥이 따랐지만, 2024년 유럽과 북미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 본격 상륙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생산은 프랑스 함바흐(Hambach)에 위치한 스마트빌 공장에서 이뤄진다. 기존 스마트 EQ 포투(fortwo) 공장을 인수해 2022년 7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BMW의 3.0L 직렬 6기통 가솔린·디젤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을 구현했다. 특히 보그워너 트랜스퍼케이스와 고·저단 전환이 가능한 기계식 로터리 방식의 4WD 시스템은 하드코어 오프로드 팬들의 감각을 자극한다.

디자인은 정통 레트로 스타일을 정공법으로 채택했다. 박스형 차체와 둥근 헤드램프, 스페어타이어를 달고 있는 후면 도어까지 클래식 디펜더를 떠올리게 한다. 실내는 기능성을 우선했다. 방수 버튼, 루프 콘솔, 스위치 기반 물리 버튼 등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구성도 눈에 띈다. 고급 SUV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진짜 마니아에겐 그게 가장 큰 매력이다.

한국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올해 초 공식 출시된 그레나디어는 현재 1억 원 내외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서울·부산 등 일부 거점 중심으로 전시 및 시승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정식 딜러 네트워크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오프로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시작된 입소문은 점차 확산 중이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이네오스의 등장이 지프 랭글러, 포드 브롱코, 랜드로버 디펜더로 대표되는 정통 오프로더 시장에 새로운 균열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는 약하지만, 그레나디어만의 ‘기계적 매력’과 ‘목적성’은 오프로드 마니아층의 확실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다만, 시장 파이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제품을 보면 대중성을 의식한 요소는 거의 없다. 이는 곧, 대규모 판매보다는 소수 마니아층을 겨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자동차 마니아이자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를 설립한 짐 래트클리프의 코치빌더식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시작부터 ‘과욕 없는’ 전략을 견지하며, 마케팅 중도 노선을 철저히 유지하는 분위기다.

국내 역시 한정된 물량만 배정되고 있다. 작은 규모로 출발했지만, 자동차 마니아를 대표로 내세우고 있는 이네오스의 공식 수입사 차봇모터스 역시 큰 기대를 걸기보단 실속을 챙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출발은 좋다. 현재 들어오는 물량은 입고되는 족족 판매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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