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이 14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볼룸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르노코리아가 르노그룹의 새 중장기 전략인 ‘퓨처레디(futuREady) 플랜’에 맞춰 한국 시장에서의 실행 로드맵을 공개했다. 핵심은 2028년 부산공장에서 차세대 르노 순수전기차를 생산하고, 2027년에는 첫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를 선보여 향후 AIDV(인공지능 정의 차량)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르노코리아는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2028년 차세대 르노 전기차의 부산공장 생산, 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 2027년 SDV 출시, 신차 개발 기간 2년 이내 단축, 협력사와의 수평적 파트너십을 통한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르노코리아는 퓨처레디 전략 아래 2028년 부산공장에서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생산, 그리고 2027년 SDV 출시 및 AIDV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과 수평적 파트너십 기반의 동반성장 생태계를 구축해 한국에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르노코리아가 오로라 프로젝트 이후 내놓은 다음 단계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르노코리아는 2024년 D세그먼트 SUV ‘그랑 콜레오스’와 2026년 E세그먼트 크로스오버 ‘필랑트’를 잇달아 선보이며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2022년부터 추진해온 오로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보고, 이제는 퓨처레디 플랜에 맞춰 부산공장과 국내 연구개발, 협력사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음 성장 국면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부산공장의 역할 변화가 이번 계획의 중심에 섰다. 르노코리아는 2028년부터 차세대 르노 전기차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의 국내 공급망도 함께 조성해 원가와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간담회 질의응답에서 “부산공장은 퓨처레디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르노 순수전기차를 부산에서 생산하는 것이 목표이고, 생산 볼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퓨처레디’ 청사진 공개…2028년 부산서 차세대 전기차 만든다
이미지 확대보기(가운데)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 (오른쪽) 최성규 르노코리아 연구개발 고문이 기자들과 Q&A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부산공장의 가동률 제고도 별도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생산 규모만으로는 최대 생산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르노코리아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 확대를 병행해 생산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최대 생산력 30만 대 수준까지 가기에는 아직 쉽지 않다”면서도 “성장 기회는 분명하고, 그룹과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지만 계속 발전할 기회와 계획이 있다. 이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전동화 전략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짜였다. 르노그룹이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E-Tech를 전동화의 두 축으로 삼고 있는 만큼, 르노코리아 역시 2029년까지 매년 한 대의 새로운 전동화 모델을 국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우선순위는 하이브리드에 두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HEV 50%, EV 50%의 비중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도 전면에 내세웠다. 르노코리아는 2027년 첫 SDV를 출시한 뒤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의 E2E 파일럿 주행 기능과 차세대 AI OpenR 파노라마 시스템 등을 적용해 차량을 ‘지능형 동반자’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SDV와 AIDV 전환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하드웨어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고, 소프트웨어 전략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랑트에는 이미 두 개의 AI 기능이 들어가 있다”며 “AIDV 차량은 운전자의 의도를 미리 파악하고 상호작용하며 예측하는 차”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 연구개발 조직은 한국 시장 특화 전략의 중요성도 부각했다. 최성규 르노코리아 연구개발 고문은 “르노코리아 연구소가 잘하는 것은 르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되 한국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그렇게 찾은 결과물이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5G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우수한 커넥티비티 기업도 많아,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차량 개발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신차 개발 기간 단축 방침도 눈길을 끌었다. 르노코리아는 콘셉트 결정부터 생산 개시까지의 개발 기간을 2년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발 속도를 높이더라도 품질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품질이 가장 우선이며 부산공장의 가장 큰 강점 역시 품질 관리”라며 “한국에서는 파트너사 협업을 극대화해 최적화하는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규 고문도 “필랑트와 그랑 콜레오스를 통해 이미 국내 협력사와의 빠른 개발 체계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와의 관계도 퓨처레디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최근 협력사 콘퍼런스를 언급하며 “퓨처레디 전략에서 협력사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많은 부분에서 현지화를 위해 노력 중이며 협력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가 강조한 ‘수평적 파트너십’ 역시 단순한 부품 조달 관계를 넘어 국내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를 함께 키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르노코리아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도 높게 평가했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한국 고객은 최신 기술과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고 기대 수준도 높다”며 “그래서 한국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르노코리아의 강점으로 전문성, 헌신성, 실행력, 유연성을 꼽으며 혼류 생산 체계 역시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전략과 관련해서는 D·E세그먼트를 중심으로 남미와 걸프 국가, 동아시아 신규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남미 수출은 반응이 좋고 걸프 국가에도 수출 중”이라며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 수출에 대해서는 “현재 계획은 없지만 경쟁력이 더 강화되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르노코리아가 단순한 국내 판매 법인을 넘어 르노그룹의 유럽 외 성장 전략에서 실질적인 생산·개발 허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르노그룹은 지난달 발표한 퓨처레디 플랜에서 르노 브랜드의 2030년 목표로 26종의 신차 출시와 연간 200만 대 판매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인도, 중남미와 함께 유럽 외 시장 확대를 위한 핵심 축이자 D·E세그먼트 전략 허브로 재확인됐다.
결국 르노코리아의 과제는 분명하다. 부산공장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전환하면서도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국내 배터리 공급망과 협력사 생태계를 강화하며, SDV와 AIDV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경쟁에서도 존재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르노코리아가 내년 이맘때 시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퓨처레디 전략의 한국 실험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