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빌리티

글로벌모빌리티

[COVER STORY] 고유가 시대, 대안은 이미 도로 위에

메뉴
0 공유

뉴스

[COVER STORY] 고유가 시대, 대안은 이미 도로 위에

전기차·수소차는 시작…브라질 에탄올차부터 e-퓨얼까지
에너지 위기 속 자동차 업계, 빠른 ‘탈휘발유’ 해법들 제시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3-24 09:05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 사진=루시드모터스이미지 확대보기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 사진=루시드모터스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 리스크가 일상이 되면서 자동차 산업의 질문도 달라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다음 차가 더 빠르냐”가 아니라 “다음 차는 무엇을 먹고 달리느냐”다. 오랫동안 자동차의 기본 연료는 휘발유였다. 그러나 전동화가 본격화되고, 각국이 자원 안보와 탄소 규제를 동시에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휘발유를 대신할 대안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퍼지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물론이고, 남미의 에탄올차, 기존 내연기관을 살리는 e-퓨얼까지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전기차, 가장 빠르게 찾아온 대안

휘발유 대체의 주류는 단연 전기차다. 에너지 효율만 놓고 보면 이미 가장 강력한 해법에 가장 가깝다. 전기를 직접 배터리에 저장해 모터를 돌리는 구조라 에너지 변환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고, 충전 인프라만 받쳐주면 일상 승용차 영역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멀리 가는 전기차”의 대표 모델로는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을 꼽을 수 있다. 루시드는 2026년형 에어 그랜드 투어링의 EPA 기준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를 512마일로 제시하고 있으며, 브랜드 스스로도 이 모델을 전기차 주행거리 리더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약 824km 수준이다. 하지만, 충전 시간, 장거리 충전 인프라 편차, 저온 환경에서의 성능 저하, 원자재 공급망 부담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친환경 물류 구축 프로젝트 투입을 위해 우루과이 현지에 공급된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친환경 물류 구축 프로젝트 투입을 위해 우루과이 현지에 공급된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자동차

수소차, 승용보다 상용에서 먼저

수소전기차는 오랫동안 전기차의 강력한 대항마로 언급돼왔다. 실제로 승용차 영역의 대표 주자는 여전히 토요타 미라이와 현대 넥쏘다. 토요타는 2025년형 미라이의 EPA 추정 주행거리를 402마일로 제시하고 있고, 현대차는 차세대 올 뉴 넥쏘에 대해 한국 기준 700km 이상 주행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미라이는 긴 항속거리와 짧은 충전 시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넥쏘는 SUV 형태의 실용성과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전략의 상징으로 읽힌다.

다만 현실의 무게중심은 승용보다 상용차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분위기다. 수소의 진짜 경쟁력은 “빨리 충전하고 오래 달려야 하는” 분야에서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육중한 배터리를 싣기 부담스러운 장거리 물류, 대형 트럭, 항만 운송 같은 영역에서는 수소가 배터리 전기차보다 더 자연스러운 해법으로 거론된다.

피아트 스트라다 사진=피아트이미지 확대보기
피아트 스트라다 사진=피아트

남미의 해법, 에탄올과 플렉스 연료차

“전기차 아니면 수소차”라는 식의 이분법은 세계 시장 전체를 설명하지 못한다. 남미, 특히 브라질을 보면 전혀 다른 길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휘발유 대체의 핵심 키워드는 에탄올이다. 브라질의 플렉스 연료차는 휘발유와 에탄올을 섞어 쓰거나, 경우에 따라 100% 에탄올로도 달릴 수 있다. 브라질 사탕수수 업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브라질 신차 판매의 대부분이 플렉스 연료차였고, 전체 차량의 90% 수준이 플렉스 연료차라고 소개된다. OECD-FAO 전망도 브라질이 에탄올 혼합 휘발유와 순수 수화 에탄올을 함께 쓰는 거대한 플렉스 연료차 시장임을 짚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G20 행사 차량에도 하이브리드와 플렉스 연료차를 투입한 바 있다. 현지에서는 피아트, 폭스바겐, GM, 스텔란티스 계열 모델들이 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포르쉐 911 타르가 4S 사진=포르쉐이미지 확대보기
포르쉐 911 타르가 4S 사진=포르쉐

e-퓨얼, 내연기관을 살리는 연료

e-퓨얼은 가장 논쟁적인 대안 중 하나다. 물과 이산화탄소, 재생에너지로 합성연료를 만들어 기존 내연기관차에 쓰겠다는 발상이다. 포르쉐는 칠레 하루 오니 파일럿 플랜트를 통해 e-퓨얼 생산을 시작했고, 이를 기존 엔진 기반 모빌리티의 지속가능성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효율이다. 전기를 바로 배터리에 저장해 쓰는 전기차보다, 전기로 수소를 만들고 다시 합성연료를 만들어 태우는 과정은 손실이 크다. 그래서 e-퓨얼은 대중 승용차용 주류 해법이 되기보다는, 기존 내연기관 자산을 유지해야 하는 스포츠카·헤리티지카·항공·선박 등 특정 영역에서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휘발유를 “대체하는 차”라기보다 휘발유를 “대체하는 연료”에 가깝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빌리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