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한때 단종됐던 ‘A2’ 이름을 다시 꺼내 들었다. 다만 이번에는 내연기관이 아닌 순수 전기차다. 아우디는 17일(현지시각) 연례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엔트리급 전기차 패밀리의 이름을 ‘A2 e-트론’으로 공식 발표하고, 차량 실루엣이 담긴 첫 티저 이미지도 함께 공개했다. 아우디는 이 차를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며, 독일 잉골슈타트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부활하는 A2 e-트론은 아우디 전동화 라인업에서 비교적 낮은 가격대와 실용성을 맡는 모델로 해석된다. 아우디는 공식 자료에서 A2 e-트론을 “콤팩트 클래스의 새로운 순수 전기 엔트리 모델군”이라고 규정했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전동화 저변을 넓히겠다고 설명했다. 과거 A2가 효율성과 도심형 패키징으로 차별화했던 것처럼, 새 모델 역시 프리미엄 전기차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티저 이미지가 보여주는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업계에서는 새 A2 e-트론이 폭스바겐그룹 MEB 계열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콤팩트 전기차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신들은 폭스바겐 ID.3 계열과 기술적 기반을 공유하되, 아우디답게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 그리고 크로스오버 성향을 일부 더한 차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초대 A2 특유의 미니 MPV 같은 높은 차체 이미지도 일정 부분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역할만 놓고 보면 A2 e-트론은 아우디의 기존 소형 엔트리 모델 공백을 메우는 카드에 가깝다. A1과 Q2가 차례로 존재감을 줄여온 상황에서, 아우디는 새 A2 e-트론을 통해 소형 프리미엄 EV 수요를 다시 붙잡겠다는 계산이다. 올가을 세계 최초 공개 이후 유럽 판매는 2026년 말 또는 2027년 초 시작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발표는 A2 e-트론 한 대로 끝나지 않았다. 아우디는 올해와 내년 신차 전략의 핵심 축으로 차세대 Q7, 첫 번째 Q9, 그리고 이른바 ‘재해석된’ Q4 e-트론도 함께 예고했다. Q4 e-트론의 경우 표현상 ‘재해석’이란 단어를 썼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상품성 개선을 동반한 부분변경 모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우디가 SUV와 전기차 라인업을 동시에 다듬으며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플래그십 세단 A8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우디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A8 후속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독일 내 주문이 종료됐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여서, 당분간 직접적인 후속 차종이 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아우디가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지 않은 만큼, 향후 전략 발표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A2 부활이 단순한 이름 재활용을 넘어, 아우디가 전기차 시장에서 다시 ‘입문형 프리미엄’ 영역을 선점하려는 신호로 보고 있다. 대형 SUV와 고가 전기차만으로는 시장 저변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보다 작고 효율적인 모델로 볼륨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A2 e-트론의 성공 여부는 “작지만 아우디다운 전기차”라는 공식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