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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귀로 완성되는 자동차… 하이엔드 오디오가 바꾼 ‘차 안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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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귀로 완성되는 자동차… 하이엔드 오디오가 바꾼 ‘차 안의 경험’

보스부터 부메스터까지, 브랜드로 읽는 자동차 사운드의 세계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3-19 09:05

르노 필랑트 인테리어, 대시보드 위에 보스 사운드 스피커가 돌출돼 있다. 사진=르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르노 필랑트 인테리어, 대시보드 위에 보스 사운드 스피커가 돌출돼 있다. 사진=르노코리아
차를 타는 순간, 음악이 흐른다. 그런데 같은 곡인데도 어떤 차에서는 감동이 되고, 어떤 차에서는 그저 배경음에 그친다. 차이를 만드는 건 스피커 숫자도, 출력도 아니다. 바로 ‘오디오 브랜드’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실내는 더 조용해졌고 대신 ‘소리’는 더 또렷해졌다. 이제 자동차는 개인의 취향을 담아내는 하나의 그릇이 됐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운드를 듣는다. 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건 보스, 하만카돈, 뱅앤올룹슨, 부메스터, 바워스 & 윌킨스 같은 오디오 명가들이다.

대중성과 완성도의 기준, 보스(BOSE)

자동차 오디오의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이름을 꼽으라면 단연 보스다. 쉐보레부터 닛산, 포르쉐까지 다양한 브랜드에 적용되며 ‘기본 이상의 만족’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보스의 강점은 극단적인 개성이 아니라 균형이다. 저음과 고음이 과하게 튀지 않고, 어떤 장르를 들어도 무난하게 들린다. 덕분에 오디오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가장 친숙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다.

다만,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재미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결국 보스는 ‘실패하지 않는 선택’에 가깝다. 비교적 많이 적용되는 브랜드는 르노다.

폴 스미스 에디션 미니 쿠퍼 S, 인테리어 하만카돈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 사진=MINI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폴 스미스 에디션 미니 쿠퍼 S, 인테리어 하만카돈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 사진=MINI코리아

프리미엄의 기준선, 하만카돈(Harman Kardon)

하만카돈은 자동차 오디오 시장에서 가장 넓은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 중 하나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에 폭넓게 적용되며 ‘프리미엄 오디오의 기준선’ 역할을 한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선명한 고음과 또렷한 음 분리다. 음악의 각 악기가 비교적 명확하게 들리며, 대중음악이나 팝 장르에서 강점을 보인다.

특히 하만 그룹은 JBL, AKG, 마크 레빈슨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차량 가격대와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음색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특징이다. 상위권에 있는 것이 바로 하만카돈이다. 이번엔 미니 쿠퍼 SE 폴 스미스 에디션에도 추가됐다.

아우디 A7 인테리어, 뱅앤올룹슨 차량용 스피커는 대시보드 양쪽 귀퉁이에 돌출형 스피커를 갖춘 게 특징이다. 사진=아우디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A7 인테리어, 뱅앤올룹슨 차량용 스피커는 대시보드 양쪽 귀퉁이에 돌출형 스피커를 갖춘 게 특징이다. 사진=아우디코리아

감성과 기술의 교차점,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뱅앤올룹슨은 단순한 오디오 브랜드가 아니다. ‘디자인 오디오’라는 영역을 개척한 브랜드다. 아우디나 애스턴마틴에 적용된 시스템을 보면, 대시보드 위로 올라오는 트위터 구조부터 이미 다른 세계다.

이 브랜드의 핵심은 입체감이다. 음악이 단순히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채우며 퍼진다. 마치 공연장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시각적인 요소 역시 중요하다. 금속 소재와 정교한 마감, 그리고 움직이는 스피커는 단순한 음향 장비를 넘어 ‘프리미엄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인테리어, 부메스터는 알루미늄으로 된 스피커 커버가 특징이다. 각 도어에 적용된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인테리어, 부메스터는 알루미늄으로 된 스피커 커버가 특징이다. 각 도어에 적용된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벤츠의 사운드를 정의하다, 부메스터(Burmester)

부메스터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S클래스에 탑재된 부메스터 시스템은 자동차 오디오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깊이감이다. 저음은 묵직하게 깔리고, 고음은 날카롭기보다 정제되어 있다. 전체적으로는 ‘공연장 중심 좌석’에 앉아 있는 듯한 안정감 있는 사운드를 지향한다.

특히 고급 모델에 적용되는 3D 서라운드 시스템은 차량 내부를 완전히 새로운 음향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 안에 들어가는’ 경험에 가깝다. 단지 조금 비싸다는 게 흠이 될 터이다.

볼보 S90에 설치된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 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S90에 설치된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

디테일의 끝, 바워스 & 윌킨스(Bowers & Wilkins)

오디오파일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자동차 오디오를 꼽자면 바워스 & 윌킨스를 빼놓기 어렵다. BMW, 볼보, 폴스타 등에 적용되는 이 시스템은 ‘해상력’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같은 곡을 들어도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 숨소리, 현악기의 미세한 떨림, 공간의 잔향까지 표현해낸다.

특히 다이아몬드 트위터 기술은 고음의 순도를 극대화해 ‘맑고 투명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다만 그만큼 음원의 품질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는, 다소 까다로운 시스템이기도 하다. 졸음운전을 쫓는 데 탁월한 오디오 시스템이다.

공간을 설계하는 오디오, 메리디안(Meridian)

랜드로버와 재규어에 주로 탑재되는 메리디안은 ‘공간 음향’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다. 단순히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차량 내부 전체를 하나의 음향 공간으로 설계한다.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DSP)을 활용해 좌석 위치에 따라 음향을 최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특정 좌석이 아니라 어느 위치에서도 일정한 음질을 경험할 수 있다. SUV나 대형 차량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렉서스에 탑재되는 마크 레빈슨은 ‘편안한 소리’로 유명하다.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해상력과 출력 경쟁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 브랜드는 장시간 청취에서도 피로하지 않은 음색을 추구한다.

특히 재즈나 클래식 음악에서 강점을 보이며,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화려함보다는 깊이, 자극보다는 안정감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브랜드라도 차량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같은 부메스터라도 S클래스와 C클래스는 다르고, 같은 B&O라도 A8과 A4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자동차 오디오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차량 설계 단계부터 함께 만들어지는 ‘통합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차량 구조, 스피커 배치, 튜닝, 그리고 소비자의 취향이다.

전기차 시대는 자동차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엔진음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정적, 그리고 그 위에 얹히는 음악이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히 빠르고 좋은 차를 넘어, 얼마나 ‘좋은 소리를 들려주느냐’로 평가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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