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은 격동기다. 겉으로뿐 아니라 물밑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과거 자동차는 한 번 구매하면 모든 기능이 포함되는 완결형 제품이었다. 소비자는 차량 가격을 지불하고 옵션을 선택하면 이후 별도 비용 없이 기능을 사용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이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차량 구매 이후에도 특정 기능을 사용하려면 월 이용료를 내는 ‘구독형 서비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가 있다. 전동화와 커넥티드 기술, OTA(Over-the-Air) 업데이트 확산으로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기능이 지속 업데이트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구독 서비스를 통해 차량 사용 기간 동안 지속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자체를 구독하는 시대
차량 구독 모델의 출발점은 자동차 자체를 이용하는 서비스다. 볼보가 선보였던 ‘케어 바이 볼보(Care by Volvo)’가 대표적이다. 차량을 구매하는 대신 월 이용료를 내고 차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보험과 정비, 차량 관리 비용이 포함된 패키지 서비스였다. 다만 이 서비스는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시장에서 운영됐으며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어졌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현대 셀렉션’을 통해 그랜저, 팰리세이드, 아이오닉 등을 월 이용료로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상황에 따라 차종을 바꿔 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기아 역시 ‘기아 플렉스’를 통해 카니발, 쏘렌토, K8 등을 구독 방식으로 제공했다.
다만, 이러한 차량 구독 서비스는 기대만큼 확산되지 못했다. 이용 비용 구조가 장기 렌터카나 리스와 상당 부분 겹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차별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의 상징적 사례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구독이다. 테슬라는 모델3, 모델Y, 모델S 등 대부분 차량에 ‘FSD(Full Self-Driving)’ 자율주행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자동 차선 변경과 자동 주차, 교차로 인식, 차량 호출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다.
초기에는 차량 구매 시 고가 옵션으로 판매됐지만 이후 월 구독 모델이 도입됐다. 소비자는 월 이용료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필요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구독을 중단할 수 있다. OTA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 지속 개선된다는 점에서 자동차가 기계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OVER STORY] “차도 이제 넷플릭스처럼”… 세상에 모든 자동차 구독
이미지 확대보기BMW iX 차량 인테리어, 운전자가 열선 시트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BMW
시트 열선도 구독?
기능 구독 논쟁을 촉발한 사례는 BMW다. BMW는 ‘펑션 온 디멘드(Functions on Demand)’를 통해 열선 시트 등 일부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제공했다. 차량에 장착된 하드웨어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별도 구독료를 내야 하는 방식이다. 기아 EV9도 DRL(Daytime Running Lamp)의 패턴 변경 방식을 구독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 모델은 소비자 반발을 불러왔다. 이미 장착된 기능을 다시 비용을 내고 사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BMW는 일부 정책을 수정했지만, 기능 구독 모델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제조사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비자 거부감도 확인시킨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