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경쟁 방식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한동안은 ‘얼마나 깎아 주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가격을 낮추는 방식마저도 ‘일시 할인’이 아니라 ‘공식 가격 인하’로 바뀌는 흐름이 보인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EX30의 판매가를 대폭 낮추는 동시에, 기능·사용자경험(UX) 개선과 OTA(무선 업데이트) 확장까지 예고하며 “가격표와 체감가치”를 한 번에 묶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20일 EX30과 EX30 크로스컨트리(EX30CC)의 가격을 3월부터 인하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프로모션 할인’이 아니라 공식 판매가격 자체를 낮추면서도 편의·안전 사양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인하 폭이 가장 큰 EX30 코어 트림은 기존 4752만원에서 3991만원으로 761만원 내려갔고, EX30 울트라와 EX30CC 울트라 트림은 각각 700만원 인하돼 4479만원, 4812만원으로 조정됐다.
보조금이 더해지면 체감 가격은 더 내려간다. 서울시 기준 보조금(기사 기준치)을 적용하면 EX30 코어는 약 3670만원, 울트라는 약 4158만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됐다. 이른바 “3천만원대 수입 전기차”라는 메시지가 가능한 구간이다. 일시적 할인이 아니라 가격표 자체를 낮춘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시점에 따라 ‘혜택이 사라질까’ 불안해하는 전형적인 프로모션 피로감을 덜 수도 있다.
흥미로운 건 볼보가 처음부터 이렇게 큰 폭으로 낮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EX30은 국내 출시 과정에서 한 차례 ‘합리적 가격’ 카드를 이미 꺼냈다. 지난해 국내 출시 당시에도 이미 기존 공표 가격에서 최대 333만원을 인하해 코어 4755만원, 울트라 5183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2026년 들어 다시 한 번 더 큰 폭의 공식 인하를 단행하면서, 전기차 가격 전쟁이 “테슬라·중국 브랜드만의 게임”이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가격 인하만 했다면 ‘가격 전쟁 합류’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EX30 이슈의 본질은 가격표 변화와 함께, 전기차의 체감가치를 ‘기능’과 ‘소프트웨어’로 올리겠다는 쪽에 더 가깝다. 볼보는 차기 업데이트에서 V2L(외부 전원 공급)과 UX 개선, 그리고 일부 기능을 기존 고객에게도 OTA로 무상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볼보 글로벌 공개 자료 기준). 전기차 경쟁이 배터리 용량과 가격만으로 설명되던 단계에서, 이제는 “사고 난 뒤에도, 시간이 지나도 차가 좋아지는가”가 중요한 시대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특히 OTA 무상 제공은 브랜드 신뢰와 잔존가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고객이 소외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면, 신차 구매자도 “내 차도 나중에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 쉽다. 전기차는 소프트웨어·충전·전장 기능의 비중이 큰 만큼, 이런 기대가 곧 만족도와 재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볼보차코리아의 이러한 해오는 단순 할인 경쟁이 아니라, ‘가격 인하+업데이트’ 패키지로 시장을 설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