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예비 오너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다. 하지만 기아의 막내 전기차 ‘EV2’가 북유럽의 살벌한 추위 속에서 압도적인 저력을 과시하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최근 노르웨이 자동차연맹(NAF)이 주관한 혹한기 주행 테스트 ‘엘 프릭스(El Prix)’에서 기아 EV2 프로토타입이 참가 차량 중 가장 낮은 주행거리 손실률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번 테스트는 노르웨이의 험준한 요툰헤이멘(Jotunheimen) 산악지대에서 진행됐다. 최저 기온이 영하 31도까지 떨어지는 역대급 혹한 속에서 61kWh 배터리를 탑재한 EV2 롱레인지 프로토타입은 총 310.6km를 주행했다.
유럽 WLTP 기준 예상 주행거리인 413km와 비교하면 약 24.8% 감소한 수치다. 보통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가 30~40% 이상 급감하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특히 이번 테스트는 히터를 21도로 빵빵하게 틀고 에코 모드 없이 실제 주행 환경과 동일하게 달성한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EV2의 선전 비결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최적화된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에 있다. 영하 15도 이하의 극저온 상황에서도 배터리 온도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제어 기술이 빛을 발했다.
충전 성능 또한 합격점을 받았다. 혹한 환경에서도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6분이 소요됐다. 이는 기아가 상온 기준으로 제시한 30분과 단 6분 차이밖에 나지 않는 수준으로, 겨울철 충전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콜드 게이트(Cold-gate)’ 현상을 훌륭하게 극복했음을 보여준다.
EV2는 기아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작고 저렴한 엔트리 모델이다. 지난 1월 브뤼셀 모터쇼에서 양산형 디자인이 처음 공개된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현재 EV2는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되어 유럽 시장을 우선 공략할 예정이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2000만~3000만 원대 저가형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도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가혹한 노르웨이 겨울을 견뎌낸 EV2의 성능은 한국의 겨울철 주행 환경에서도 충분한 신뢰를 줄 것”이라며 “합리적인 가격과 검증된 성능을 갖춘 만큼 국내 출시 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