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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가솔린이 바꾼 인상, 디젤이 지켜온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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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가솔린이 바꾼 인상, 디젤이 지켜온 정체성

2.0 터보 가솔린, ’느림의 고질병을 지우다‘
2.2 디젤, 현실적인 선택 K-픽업 또 다른 축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2-13 09:08

KGM 무쏘 가솔린 터보 모델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KGM 무쏘 가솔린 터보 모델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픽업트럭에서 선택지가 많다는 건 곧 성격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돌아온 KGM 무쏘는 그 점에서 보기 드문 차다. 2.0 터보 가솔린과 2.2 디젤, 두 개의 서로 다른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갖췄다. 단순히 엔진을 늘린 것이 아니라, ‘일상형 픽업’과 ‘정통 워크 트럭’이라는 두 개의 답을 한 차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솔린은 반응과 즐거움을, 디젤은 토크와 실용성을 책임진다. 하나는 무쏘의 약점이던 느린 반응을 지워냈고, 다른 하나는 무쏘가 왜 이 시장에서 살아남았는지를 다시 증명한다. 같은 차체, 다른 성격. 무쏘는 이제 운전자에게 타협을 요구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고르면 그만이다.

그래서 이번 무쏘는 한국 픽업 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완성된 라인업’을 갖춘 픽업으로 소개된다. 그리고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쏘는 다시 이야기할 가치가 충분해졌다.

그동안 무쏘, 정확히 말하면 렉스턴 스포츠·칸으로 이어지는 이 계보는 늘 분명한 장점과 명확한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튼튼한 프레임 바디, 합리적인 가격,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픽업이라는 정체성. 반면 늘 아쉬웠던 건 반응이 느린 파워트레인이었다. 이번 2.0 터보 가솔린 모델은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차체는 기존 무쏘 스포츠·칸과 동일하다. 새로운 플랫폼이나 차체 변화는 없다. 대신 그동안 수출 시장에만 공급되던 2.0 터보 가솔린 엔진에 아이신(Aisin)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이 선택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아이신 8단 변속기의 성격은 명확하다. 1단부터 4단까지의 기어비가 매우 촘촘하다. 덕분에 출발과 초반 가속에서 차가 예상보다 훨씬 가볍게 튀어나간다. 공차중량 약 2.1톤, 최고출력 217마력이라는 수치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차는 즉각 반응하고, 초반 체감 가속은 매우 빠르게 느껴질 정도다. 수치가 아니라 ‘세팅의 방향’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 파워트레인은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활기차게 느껴질 수도 있다. 초반 반응이 워낙 즉각적이라 픽업 특유의 묵직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낯설다. 엔진 회전은 가볍게 올라가고 반응도 빠르다. 다만 사운드는 고급스럽다고 말하긴 어렵다. 고회전 영역에서는 웅웅거리는 부밍음이 분명히 존재한다. 듣기 싫은 소음은 아니지만, 프리미엄 감성과는 거리가 있다.

정숙성 자체는 만족스럽다. 가솔린 엔진 덕분에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확실히 줄었다. 차체 거동 제어도 깔끔하다. 큰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출렁임은 억제돼 있고, 주행 중 차가 흐트러진다는 인상은 거의 없다. 다만 프레임 바디 특유의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노면을 넘을 때 우당탕하는 소리는 상당 부분 잡혔지만, 진동 자체는 운전자에게 전해진다. 그래도 디젤 대비 확실히 덜하다. 이 역시 가솔린 선택의 이유가 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4H(고속 4륜) 모드에서 드러난다. 이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트랜스퍼 케이스 쪽에서 소리가 난다. 페달에서 발을 떼면 사라진다. 2륜 구동 모드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기능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세팅과 전달계 특성에서 오는 현상으로 보이지만, 민감한 운전자라면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상품 구성은 명확하다. 팔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디자인은 과하지 않고, 타깃 고객이 원하는 선을 정확히 짚는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무쏘의 가장 큰 약점을 보완했고, 가격과 구성 역시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차를 몰며 계속 떠오른 생각은 하나다. “이건 잘 팔리겠다.”

물론 단점도 분명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UX는 여전히 불편하다. 조작 흐름이 직관적이지 않고, 반응 속도도 아쉽다. 오디오는 더 아쉽다. 마치 이불로 덮어놓은 듯한 소리. 해상도도, 공간감도 부족하다. 차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생각하면 이 부분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매력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다듬어온 기본기, 수없이 우려낸 사골곰탕 같은 감칠맛은 여전하다. 큰 변화 없이도 ‘아, 이건 괜찮다’는 감각을 만들어내는 힘. 반면,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화려한 레시피로 등장한 옆집 타스만을 떠올리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무쏘 2.0 터보 가솔린은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정확하다. 한국 픽업 시장이 원하는 답안지에 가장 가까운 선택지다. 그리고 그 점이, 이 차를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만든다.

무쏘 라인업에서 가솔린 2.0 터보가 ‘변화의 얼굴’이라면, 새롭게 등장한 2.2 디젤은 무쏘라는 이름이 그동안 쌓아온 정체성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선택지다. 완전히 새로운 엔진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 차의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하는 파워트레인이기도 하다.

KGM 무쏘 디젤 엔진 모델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KGM 무쏘 디젤 엔진 모델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2 디젤 엔진은 수치보다 체감이 먼저다. 저회전부터 두툼하게 차오르는 토크는 차체 중량을 크게 의식하지 않게 만든다. 출발부터 속도를 쌓아 올리는 방식은 가솔린처럼 경쾌하지는 않지만, 묵직하고 안정적이다. 특히 적재함에 짐을 싣거나 견인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는 이 디젤 특유의 성향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주행 감각 역시 다르다. 가솔린 모델이 초반 반응으로 운전자를 끌어당긴다면, 디젤은 일정한 리듬으로 차를 앞으로 밀어낸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차는 여유 있게 속도를 유지하고, 고속도로 정속 주행에서는 오히려 디젤 쪽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엔진 회전수도 낮게 유지돼 장거리 주행 시 피로도가 적다.

다만 디젤 특유의 질감은 분명 존재한다. 소음과 진동은 가솔린 대비 더 또렷하고, 프레임 바디에서 전해지는 잔진동 역시 디젤 쪽이 더 솔직하다. 무쏘를 오래 타온 사람이라면 익숙한 감각이지만, 승용차 감각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가솔린이 훨씬 세련되게 느껴질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파워트레인이 같은 차체를 공유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인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2.0 터보 가솔린이 무쏘의 ‘약점이던 느림’을 지워냈다면, 2.2 디젤은 무쏘가 왜 이 시장에서 살아남았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실용성과 내구성, 그리고 용도를 가리지 않는 범용성. 여전히 이 차의 핵심은 디젤에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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