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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거장’ 이탈디자인, 아우디 품 떠나 미국 테크기업 UST로… 55년 역사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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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거장’ 이탈디자인, 아우디 품 떠나 미국 테크기업 UST로… 55년 역사 분기점

거장 주지아로의 유산 잇는 디자인 명가,
기술기업과 손잡고 미래차 개발 생태계로 이동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2-11 18:25

50년 전 이탈디자인이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아우디 80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50년 전 이탈디자인이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아우디 80 사진=아우디
자동차 디자인계의 상징적 존재 ‘이탈디자인(Italdesign)’이 아우디 그룹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11일(현지시간) 해외 업계 소식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의 기술기업 UST가 이탈디자인의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는 2010년 아우디가 이탈디자인의 지분 90.1%를 사들인 이후 15년 만에 이뤄진 중대한 변화다.

아우디는 “람보르기니를 통해 이탈디자인의 의미 있는 지분을 유지한다”고 밝혀, 이번 매각이 완전한 결별은 아님을 시사했다. 람보르기니·벤틀리·아우디 스포츠·두카티 등이 포함된 아우디 그룹 내부에서 전략적 협업을 지속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설립한 55년 디자인 하우스

1968년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설립한 이탈디자인은 20세기 자동차 디자인 발전을 이끈 대표적인 스튜디오로 평가된다. 폭스바겐 골프 1세대, 시로코, 파사트, 아우디 80 등 독일차의 뿌리가 되는 핵심 모델들을 설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탈디자인의 영향력은 폭스바겐 그룹을 훨씬 넘어선다. 현대차의 첫 양산차 ‘포니’, BMW M1, 피아트·알파로메오·마세라티 등 이탈리아 브랜드의 주요 모델, 르노와의 협업 프로젝트, 심지어 람보르기니 트랙터 디자인까지—55년간 자동차 산업 곳곳에 족적을 남겼다.

최근에는 홍기(紅旗) HS5, 대우 라세티 등 아시아 브랜드 모델에도 참여했다.

새로운 주인 UST는 누구인가

UST는 AI·데이터 분석·사이버 보안·지능형 자동화 등의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미국 테크기업이다. 1999년 설립 이후 30개국에 3만 명 이상 직원을 두고 있으며, 140여 글로벌 고객사에 누적 10억 달러 이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양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디자인–엔지니어링–소프트웨어–생산까지 아우르는 통합 개발 역량”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즉, 전통적 디자인 하우스의 감성과 미래 자동차 개발 패러다임을 이끄는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형태로 재탄생하겠다는 의미다.

아우디 시절 마지막 프로젝트는 ‘홀로그램 EV 콘셉트카’

이탈디자인이 아우디 소속으로 진행한 마지막 프로젝트는 EVX 콘셉트였다. MEB+ 플랫폼 기반 소형 전기 쿠페로 소개됐지만, 실제 실차(prototype)는 존재하지 않았다. 올해 뮌헨 IAA 모빌리티 전시회에서는 렌더링 기반 홀로그램으로만 공개되며 사실상 실체 없이 종료된 셈이다.

“사라지는가, 다시 부활하는가”… 이탈디자인의 다음 행보

아우디의 매각 결정은 이탈디자인이 과거와 같은 절대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자적 프로젝트 감소, OEM의 자체 디자인 센터 강화, 전동화·디지털화에 따른 디자인 패러다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UST는 “이탈디자인의 이탈리아 헤리티지와 인력을 보존하며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어, 전통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여지는 남아 있다.

한편, 창립자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현재 87세로, 2015년 아들 파브리치오와 함께 ‘GFG 스타일(GFG Style)’을 설립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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