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차세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인 'PV5'가 세계 최초의 양산형 팝업 캠퍼밴으로 재탄생했다. 영국의 캠퍼밴 전문 개조 업체인 '서섹스 캠퍼밴(Sussex Campervans)'은 최근 PV5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 캠핑카 개발 소식을 알리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아는 정식 출시 전부터 'WKNDR 컨셉트'를 통해 PV5 기반의 전기 캠핑카 비전을 제시하며 전 세계 레저 팬들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이번 서섹스 캠퍼밴의 발표는 그러한 상상이 실제 양산 모델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PV5가 아직 정식 판매되지 않는 미국에서도 관련 캠핑 키트가 출시되는 등, 이 혁신적인 모듈형 밴을 향한 글로벌 캠핑 업계의 관심은 이례적일 정도로 뜨겁다.
서섹스 캠퍼밴은 과거 닛산의 소형 전기 밴인 e-NV200을 캠핑카로 개조했던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e-NV200 캠퍼밴은 약 200km(WLTP 기준)에 불과한 짧은 주행거리 탓에 도심 근교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반면 기아 PV5는 공식 WLTP 기준 416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해 이전 세대 전기 밴들보다 두 배 이상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기아는 가득 찬 적재물을 싣고도 단 한 번의 충전으로 약 693km를 주행하는 세계 기록을 세우며 효율성을 입증한 바 있다. 3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채우는 급속 충전 성능 역시 장거리 캠핑 여행의 실용성을 뒷받침한다.
서섹스 캠퍼밴의 설립자 다니엘 로페즈는 PV5에 대해 "기존 내연기관차에 모터만 얹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에서 탄생한 차량"이라며 극찬했다. 낮은 바닥 설계 덕분에 승하차가 편리하고, 엔진 공간이 사라진 만큼 실내 거주성이 극대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컨버전 패키지는 기아의 글로벌 지속 가능성 목표에 발맞춰 개발됐다. 기존 순정 부품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개조에 필요한 내장재와 트림은 재활용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조리 기구 역시 가스나 디젤 대신 인덕션과 전기 냉장고를 사용하는 '가스 프리(Gas-free)' 시스템을 채택해 친환경성을 높였다.
서섹스 캠퍼밴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PV5 캠퍼밴은 상단이 위로 열리는 팝업 루프를 장착해 실내 층고를 높였다. 실내에는 접이식 벤치 침대와 주방 시설, 마이크로파이프, LED 조명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며 12V 레저용 배터리와 240V 외부 전원 연결 기능도 갖출 전망이다.
현재 서섹스 캠퍼밴 측이 밝힌 PV5 캠퍼밴의 예상 기본 가격은 6만8995파운드(한화 약 9500만 원) 수준이다. 컴팩트한 차체로 도심 주차 차단기를 자유롭게 통과하면서도 광활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는 PV5 캠퍼밴은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컬트 클래식' 캠핑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