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이다. 소노캄 고양 주차장에 서 있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를 처음 마주했을 때 든 생각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기존 내연기관 에스컬레이드도 도로 위를 호령하는 거구였지만, 전기차로 다시 태어난 이 녀석은 미래적인 디테일이 더해져 마치 거대한 우주선과 같은 위압감을 뽐냈다. 오늘은 이 거함을 이끌고 파주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2시간 코스를 달렸다.
운전석에 오르는 과정부터 남다르다. 도어 버튼을 누르니 거대한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탑승자를 맞이한다. 실내는 광활하다 못해 호화롭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하나로 이어진 55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시각적인 압도감을 준다. 시동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다. 브레이크를 밟는 것만으로 거함은 깨어난다.
본격적으로 자유로에 진입하며 가속 페달에 힘을 주었다. 공차중량이 4톤에 육박하는 육중한 덩치라고는 믿기지 않는 가속력이다. 듀얼 모터가 뿜어내는 강력한 출력은 이 거대한 쇳덩이를 깃털처럼 가볍게 밀어붙인다. 내연기관 특유의 엔진 소음이나 진동 없이, 오직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주행 질감은 기묘하면서도 쾌감 넘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게 중심이었다. 주행 전 우려했던 부분은 배터리 때문에 높아진 바닥이었다. 실제로 탑승해 보니 거대한 배터리 팩이 차체 하부에 깔리면서 플로어(바닥)가 내연기관 모델보다 확실히 높게 느껴졌다. 이로 인해 시트 포지션과 다리의 각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자 이 단점은 곧 장점으로 승화됐다. 무거운 배터리가 바닥 깊숙이 깔려 무게 중심을 꽉 잡아준 덕분에, 고속 주행이나 코너링 시 롤링이 억제되고 차체가 바닥에 깔리는 듯한 안정감을 선사했다. 높은 차고를 가진 SUV가 이토록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점은 전기차 플랫폼이 가진 축복이다.
파주로 향하는 탁 트인 도로에서 대망의 '슈퍼 크루즈' 기능을 활성화했다. 스티어링 휠 림 상단에 녹색 불이 들어오며 차가 스스로 운전대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는 차원이 달랐다.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는 능력은 탁월했고, 곡선 구간에서도 불안함 없이 매끄럽게 돌아나갔다. 무엇보다 손을 놓고 전방을 주시하는 것만으로도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는 모습은 마치 노련한 수행 기사가 운전해 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목적지로 돌아와 주차를 시도하며 또 하나의 특별한 기능을 체험했다. 시승 전부터 궁금했던, 바퀴가 대각선으로 꺾여 게걸음처럼 움직이는 그 기능이다. 정식 명칭은 '어라이벌 모드(Arrival Mode)'다. 좁은 주차 공간이나 복잡한 상황에서 차체를 사선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이 기능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었다. 5.7미터에 달하는 전장을 가진 이 차를 다루는 데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유용한 무기였다. 거대한 차체가 옆으로 스르륵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돌아오는 길, 계기판에 표시된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여전히 넉넉했다. 200kWh가 넘는 대용량 배터리는 주행 거리의 불안함을 완벽히 지워냈다. 물론 그만큼 충전 시간이 길어지겠지만,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거뜬히 갈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럭셔리 카가 갖춰야 할 미덕이다. 가격이 2억7700만원에 달한다는 건 굉장히 상대적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