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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르노 하이브리드,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르노 아르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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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르노 하이브리드,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르노 아르카나

가성비 넘치는 편의 장비 / 민첩한 움직임에 멀미 약간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5-09 08:30

르노 XM3 하이브리드 모델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르노 XM3 하이브리드 모델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도심을 가로지르는 르노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는 한마디로 ‘색다른 르노’다. 낯설지 않은 외모지만, 파워트레인을 바꿨더니 전혀 다른 감각을 전해준다. 하이브리드의 본질은 효율이지만, 아르카나는 그걸 넘어서 꽤나 유니크한 캐릭터를 갖췄다.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이 차만의 ‘감성’이다. 르노 특유의 유럽식 디자인 감각이 이 차에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날렵한 루프 라인과 크롬 장식, LED 라이트 시그니처는 다른 국산 소형 SUV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후면부의 날개처럼 뻗은 테일램프는 밤에 보면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낸다. 시승을 마치고 내려서 뒤를 돌아봤을 때, 한 번쯤은 “괜찮은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주행 질감은 의외로 민첩하다. 전기모터가 초반부터 힘을 밀어붙이고, 이어지는 가솔린 엔진의 개입도 자연스럽다. 특히 시속 50km 이하 구간에서는 거의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러나 회생제동과 다단 변속 방식이 섞이면서 특정 구간에서는 약간의 울컥임이 있는데, 예민한 사람에겐 멀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서스펜션도 단단한 편이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 튀는 느낌이 있다. 덕분에 코너링에서는 의외로 몸놀림이 날렵하다. SUV지만 차고가 낮고 무게중심도 안정적이라 도심 속에서 꽤 재밌게 몰 수 있다.

실내는 ‘가성비 르노’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꽤 잘 꾸며졌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9.3인치 세로형 터치 디스플레이, 앰비언트 라이트, 무선 충전 패드, 운전석 마사지 시트까지. 동급에서는 보기 힘든 장비들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다. 가격 생각하면 가성비는 확실히 인정이다.

다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은 필요하다. 엔진이 꺼졌다 켜지는 과정, 회생제동의 제동 감각, 변속 타이밍 등은 기존 내연기관차와는 확실히 다르다. 이질감보다는 ‘익숙하지 않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연비는 테스트 구간에서 평균 19km/ℓ 수준. 며칠을 빌려 탔지만, 당췌 오일 게이지가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공인 복합 연비(17.4km/ℓ)보다 높게 나왔고, 정속 주행이 많으면 20km/ℓ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공간도 의외로 넉넉하다. 쿠페형 SUV지만 2열 레그룸과 머리 공간이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도 500L 가까이 되어, 골프백이나 캠핑 장비 몇 개쯤은 무난하게 들어간다. 실제 시승 중 짐을 싣고 여러 차례 출입문을 열었지만, 낮은 지상고 덕에 적재 편의성도 만족스럽다.

단점도 있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은 다소 아쉽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이 저속에서 돋보이지만, 고속도로에 올라가면 거칠다. 방음과 차음재에 좀 더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텐데, 가격대를 고려하면 이해 못 할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는 타는 재미가 있다. SUV지만 무게감 있는 조향, 기민한 응답성, 그리고 의외의 코너링 실력까지. “하이브리드는 심심하다”는 편견을 깬다. 다만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체가 좀 더 정제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기계적인 충돌 없이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그 다음 세대 하이브리드를 기대해보게 되는 이유다.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는 르노가 만든 가장 실용적인 하이브리드 중 하나다. 고급 SUV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세팅도 물론 그렇게 돼 있다. 하지만 도심 위주의 실속 있는 패밀리카, 혹은 출퇴근용으로는 꽤 괜찮은 선택이다.
르노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 모델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르노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 모델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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