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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제네시스 GV80, 크기로 압도하고 결로 설득하는 한국 럭셔리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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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제네시스 GV80, 크기로 압도하고 결로 설득하는 한국 럭셔리 SUV

육중한 차체에도 부드럽고 차분한 주행감 인상적
27인치 디스플레이·정제된 실내 감성으로 ‘국산 프리미엄’ 존재감 재확인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5-01 09:05

제네시스 GV80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V80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GV80는 “국산 고급 SUV”라는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아 문을 닫는 순간부터 만족감이 느껴진다. 커다란 차체, 높은 시야, 차분한 실내, 그리고 과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주행 감각까지. GV80는 국산차의 범주 안에서 평가받기보다, 수입 프리미엄 SUV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되기를 원하는 차다.

GV80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로 2020년 1월 처음 출시됐다. 이후 2023년 9월 부분변경 모델을 거치며 디자인과 실내, 편의사양을 대폭 다듬었다. 제네시스는 당시 GV80가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17만대 이상 판매되며 국내 럭셔리 SUV 시장을 이끌어온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부분변경을 통해 MLA 기술을 적용한 두 줄 헤드램프, 이중 메쉬 구조의 라디에이터 그릴,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 크리스탈 디자인 변속 다이얼 등을 새롭게 적용했다.

그 인상은 여전히 당당했다. 전면은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램프로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부분변경 이후에는 그릴의 선이 조금 더 정교해졌고, 램프 그래픽은 한층 세밀해졌다. 큰 차체임에도 둔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긴 보닛과 안정적인 비례 덕분이다. 옆모습은 SUV 특유의 두툼함을 품고 있지만, 과장된 근육질보다 우아한 볼륨감 쪽에 가깝다.

실내는 GV80의 가장 큰 설득 포인트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끈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하나의 넓은 화면으로 묶었지만, 분위기는 기술 과시에 가깝지 않다. 수평형 대시보드, 낮게 깔린 센터페시아, 크리스탈 변속 다이얼, 가죽과 우드 소재의 조합이 화면의 존재감을 부드럽게 눌러준다. 제네시스가 말해온 ‘여백의 미’를 여기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주행 성향은 운전자를 자극하기보다 안심시키는 쪽이다. 스티어링은 묵직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차체 움직임은 크기를 감추기보다 주변을 잘 정리하는 방식으로 다가온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튀어나가는 맛보다는 묵직한 힘이 꾸준히 밀어주는 감각이 앞선다. 대형 SUV를 몰고 있다는 감각은 분명하지만, 그 감각이 매우 편안하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2.5 터보와 3.5 터보가 중심이다. 제네시스 공식 자료 기준 2.5 터보는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kgf·m를 내고, 3.5 터보는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kgf·m를 발휘한다. 두 엔진 모두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2.5 터보도 일상 주행에서는 부족함이 크지 않은 구성이지만, GV80의 차체와 무게감까지 고려하면 3.5 터보 쪽이 이 차의 여유로운 성격을 더 잘 살릴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 GV80 인테리어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V80 인테리어 사진=제네시스

인상적인 부분은 승차감이다. GV80는 노면의 충격을 완전히 지워내는 차라기보다, 충격을 고급스럽게 걸러내는 차에 가깝다. 요철을 지날 때 차체가 한 번 크게 출렁이는 대신, 무게를 실은 채 부드럽게 지나간다. 고속도로에서는 이 성향이 더 잘 드러난다. 속도가 붙어도 차체가 쉽게 가벼워지지 않고, 실내는 조용하게 유지된다. 운전자가 속도를 의식하기보다 이동의 밀도를 느끼게 만드는 쪽이다.

이 차의 편안함은 기술적으로도 뒷받침된다. GV80에는 전방 카메라와 GPS로 도로 상태를 인식해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된다. 오토 터레인 모드도 마련돼 도로 상태를 감지하고 구동력을 조율하며, 스노우·머드·샌드 모드도 선택할 수 있다. 실제 시승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이런 장비들이 전면에 나서서 존재감을 과시한다기보다, 운전자가 신경 쓰지 않는 사이 차의 자세를 다듬어주는 방식에 가깝다.

다만 GV80가 모든 순간 가볍게 느껴지는 차는 아니다.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는 차폭과 길이가 분명히 의식된다. 스티어링이 세련되게 조율돼 있어 다루기 어렵지는 않지만, 물리적인 크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연료 효율 역시 대형 럭셔리 SUV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공식 복합연비는 구성에 따라 2.5 터보 2WD가 8.9~9.3km/ℓ, 2.5 터보 AWD가 8.3~8.9km/ℓ, 3.5 터보 AWD가 7.7~7.9km/ℓ 수준이다.

그럼에도 GV80의 상품성은 분명하다. 이 차는 숫자로만 판단하면 다소 무겁고 비싸며, 유지비 부담도 있는 대형 SUV다. 하지만 실제로 타보면 그 숫자들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된다. 큰 차체는 여유로운 공간으로 돌아오고, 무게감은 고속 안정감으로 바뀌며, 실내의 고급감은 이동 시간을 편안한 휴식에 가깝게 만든다. GV80는 운전의 재미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차는 아니지만, 장거리 이동에서 운전자와 동승자를 모두 설득하는 힘이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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