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 생산하는 로봇 강아지 스팟이 생물학적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이미지 연출 사진=AI생성
아이가 등교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아침거리를 찾으면,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시리얼과 우유를 그릇에 담아 건넨다. 곧 일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우리 미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자사 산업용 시각지능 플랫폼 AIVI-Learning에 구글 제미나이를 통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팟(Spot)과 오빗(Orbit)은 공간을 더 정밀하게 인식하고, 복잡한 시각 분석과 추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명령에 따라 움직이던 로봇이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작업 흐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큰 그림이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CES에서 AI 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하며 제조와 물류, 판매 전반에서 축적되는 실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물리적 AI’ 산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을 넘어, 산업 현장 전체를 지능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팟과 제미나이의 결합은 결국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바깥의 새로운 경쟁 질서로 이동하고 있다는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연기관 시대에는 엔진과 변속기, 플랫폼이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전동화 시대에는 배터리와 소프트웨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실 공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와 로봇으로 연결해 실제 작업에 투입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로봇 기술과 제조 현장, AI 협업을 동시에 붙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AI 로봇이 수집하는 방대한 현실 데이터다. 로봇은 카메라와 센서로 사람의 동선, 공간 구조, 작업 환경, 물체 배치 등 일상의 맥락 정보를 광범위하게 들여다본다. 공장이나 물류센터는 물론, 향후 가정과 사무실, 상업공간까지 진출할 경우 이용자의 생활 패턴과 사적인 영역까지 외부 네트워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텍스트 기반 AI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각·공간 정보가 축적된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해법으로 거론되는 것이 ‘온디바이스 AI’다. 개인용 피지컬 AI의 핵심이다. 외부 서버나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로봇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아 프라이버시 우려를 줄일 수 있고, 통신 지연 없이 즉각적인 반응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AI를 기기 안에서 직접 돌리려면 고성능 반도체와 대용량 메모리, 정교한 열관리,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의존을 줄이는 대신, 하드웨어와 에너지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기술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와 경량화된 AI 모델, 엣지 컴퓨팅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수준의 고성능 AI를 로봇 안에 안정적으로 탑재하려면 여전히 비용과 전력 효율, 발열과 지속 구동 시간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보안과 프라이버시가 문제이고, 연결하지 않으면 하드웨어와 에너지가 걸림돌이 되는 구조다.
현대차 스팟과 구글 AI의 결합은 자동차 산업이 차량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온디바이스 AI, 로봇, 공장, 물류, 데이터, 반도체를 함께 묶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통합 역량이 향후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로봇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데이터 수집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 네트워크 밖에서 AI를 구현하기 위한 고성능 반도체와 전력 효율 확보 문제도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