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브랜드 역사상 첫 순수 전기차를 앞두고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닌 ‘감각의 영역’까지 손보기 시작했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가속이 자칫 탑승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실내는 애플 전 수석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이끄는 러브프롬(LoveFrom)과 협업하고, 가속 감각은 NASA와 의료 전문가의 자문까지 받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페라리가 첫 전기차 ‘루체(Luce)’의 실내를 러브프롬과 함께 설계했으며, 올해 정식 공개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오토카 인도(Autocar India)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가속에 대해 “때로는 우리의 뇌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페라리가 NASA는 물론 의료진과도 함께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는 가속의 수준이 어디까지인지”를 파악하려 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더 빠른 숫자를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지나친 가속은 오히려 “가속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대목은 페라리의 첫 전기차 전략이 단순히 ‘가장 빠른 EV’를 만드는 데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미 초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는 강력한 순간 가속이 흔한 장점이 됐지만, 페라리는 그 힘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셈이다. 특히 브랜드 정체성이 ‘기계적 감각’과 ‘운전의 감동’에 있는 페라리 입장에서는, 전기차의 직선적이고 과도한 토크가 오히려 브랜드다움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성능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아닌 듯하다. 공개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루체는 986마력 이상 출력을 목표로 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약 2.5초, 최고속도는 시속 309km(192mph) 수준이 거론된다. 네 개의 전기모터와 122.0kWh 배터리, 독립식 후륜 조향, 푸로산게와 F80에서 가져온 능동형 서스펜션 시스템 등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수치들은 현재까지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으로, 페라리가 최종 사양을 공식 확정한 것은 아니다.
실내 역시 루체의 핵심 포인트다. 로이터와 오토위크 등에 따르면 페라리는 러브프롬과의 협업을 통해 기계식 버튼과 스위치, 다이얼을 적극 살린 인테리어를 준비 중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터치스크린 중심으로 흐르는 것과 달리, 루체는 물리 조작계와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함께 배치해 ‘만지는 감각’을 되살리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전기차로 넘어가면서도 페라리 특유의 조작 감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