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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차는] 셀토스의 첫 탄생과 배경, 새롭게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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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차는] 셀토스의 첫 탄생과 배경, 새롭게 조명

2019년 '소형 SUV 생태계 파괴자'의 등장부터 2025년 2세대 공개까지... 셀토스가 남긴 유산과 글로벌 발자취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2-12 09:05

1세대 전기 모델 2019 셀토스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1세대 전기 모델 2019 셀토스 사진=기아
지난 10일,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 6년 만의 완전 변경 모델인 '차세대 셀토스(The Next Seltos, SP3)'를 전격 공개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도입과 EV5를 닮은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무장한 2세대 모델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새로운 핵심 모델의 등장을 목전에 둔 지금, 대한민국 소형 SUV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그리고 기아를 글로벌 SUV 명가로 이끈 '1세대 셀토스(SP2)'의 지난 6년을 되돌아본다. 과연 그 차는 우리에게, 그리고 세계 시장에 무엇이었을까.

2019년 여름, '생태계 파괴자'의 탄생

시계바늘을 2019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은 쌍용차(현 KGM)의 '티볼리'가 쏘아 올린 소형 SUV 열풍이 한창이었다. 현대차 코나,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가 각축전을 벌이던 이 '춘추전국시대'에 기아는 후발주자였다. 스토닉과 쏘울만으로는 시장 장악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아는 '하이클래스 소형 SUV'라는 슬로건을 걸고 셀토스를 등판시켰다.

2019년 7월 18일, 셀토스가 출시되자 시장은 경악했다. 가장 큰 충격은 '크기'였다. 전장 4375mm의 셀토스는 당시 경쟁차였던 티볼리(4225mm)나 코나(4165mm)보다 월등히 컸다. "이건 소형이 아니라 준중형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셀토스는 소형 SUV의 좁은 공간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스포티지급으로 넘어가기엔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타격했다.

언론과 평단은 셀토스를 일컬어 '생태계 파괴자', '팀킬(Team-kill) 모델'이라 불렀다. 상위 모델인 스포티지의 판매량까지 잠식할 만큼 상품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1세대 전기 모델 2019 셀토스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1세대 전기 모델 2019 셀토스 사진=기아

시장의 반응: 티볼리의 몰락과 1위 독주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사전계약 8일 만에 5100대를 돌파하더니, 출시 직후 소형 SUV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가성비'를 앞세웠던 티볼리는 셀토스의 '고급화 전략' 앞에 힘을 쓰지 못하고 판매량이 급감했다. 소비자들은 수백만 원을 더 주더라도 넓은 공간, 10.25인치 와이드 내비게이션, 통풍 시트, HUD 등 중형급 옵션을 갖춘 셀토스를 선택했다.

셀토스의 성공은 한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가성비'에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로 바꿔놓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출시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나 르노 XM3 역시 셀토스가 만들어놓은 '커진 차체'와 '고급 옵션'의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성장통: DCT의 울컥거림과 품질 논란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1세대 전기형(2019~2022) 모델은 품질 이슈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가장 큰 논란은 파워트레인이었다. 1.6 터보 엔진과 맞물린 '7단 건식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효율은 좋았으나, 한국의 도심 정체 구간에서 특유의 '울컥거림'과 '말 타는 듯한 승차감'을 유발해 차주들의 원성을 샀다. 일부 차량에서는 오르막길 주행 시 변속기 과열 경고등이 뜨는 현상도 발생했다.

2020년 여름, 기록적인 장마철에는 '누수 결함'이 터졌다.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스피커, 트렁크 등에서 빗물이 유입된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신차에서 비가 샌다"는 오명은 '하이클래스'를 표방하던 셀토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기아는 무상 수리 등으로 대응했지만, 초기 품질 관리에 대한 아쉬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1세대 후기 모델 2023 셀토스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1세대 후기 모델 2023 셀토스 사진=기아

진화와 완성: 8단 자동변속기의 신의 한 수

기아는 이러한 비판을 2022년 7월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셀토스'를 통해 정면 돌파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변속기 교체였다. 말 많던 7단 DCT를 과감히 버리고, 부드러운 주행감이 강점인 '8단 자동변속기(토크컨버터)'를 탑재했다. 엔진 출력도 198마력으로 높였다. 시장의 반응은 "이제야 완성형이 됐다"는 호평 일색이었다.

외관은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해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다듬었고, 실내는 파노라마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을 적용해 하이테크 감성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셀토스는 모델 수명 주기가 끝나가는 시점인 2024년까지도 소형 SUV 판매 1위를 놓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세계 무대에서의 활약: '두 얼굴의 전략'과 글로벌 이슈

셀토스의 성공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셀토스는 기아의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서 '플랫폼 이원화'라는 독특한 전략을 통해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선진국형(SP2)과 신흥국형(SP2i)으로 나누어 공략한 이 전략은 상업적 대성공과 함께 씁쓸한 논란을 동시에 남겼다.

1세대 후기 모델 2023 셀토스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1세대 후기 모델 2023 셀토스 사진=기아

북미 시장: "베이비 텔루라이드" 신드롬과 리콜 사태

북미 시장에서 셀토스는 기아의 대형 SUV '텔루라이드'의 인기를 등에 업고 '베이비 텔루라이드(Baby Telluride)'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박스형의 당당한 디자인과 넓은 공간은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2024년에는 미국에서만 약 6만 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켈리블루북(KBB) 등 주요 매체로부터 '최고의 소형 SUV' 상을 휩쓸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에서도 품질 이슈는 피해가지 못했다. 주력 모델인 2.0 누우 엔진(MPI)의 피스톤 오일 링 열처리 미흡 문제로 인해 오일 과다 소모 및 화재 가능성이 제기됐고, 결국 2021~2023년형 모델 약 13만7000대에 대한 대규모 리콜이 진행됐다. 이는 잘 나가던 셀토스의 명성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었다.

인도 시장: 기아를 일으킨 '제국 건설자' (Empire Builder)

인도에서 셀토스의 위상은 '국민차' 수준이다. 2019년 기아의 인도 시장 진출 첫 타자로 등판한 셀토스는 "Badass(거침없는)"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출시 첫해부터 시장을 장악했다. 2024년 기준 기아 인도 전체 판매량의 약 46.5%를 셀토스가 책임질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인도 소비자들에게 기아는 곧 '셀토스를 만드는 회사'로 통한다.

'안전의 이중잣대' 논란: 별 5개 vs 별 3개

글로벌 성공의 이면에는 '안전 차별'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호주와 미국 등 선진국에 판매되는 모델(SP2)은 초고장력 강판 비중을 높인 플랫폼을 사용하여 ANCAP(호주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별 5개를 획득했다.

반면, 인도 등 신흥국에 판매되는 모델(SP2i)은 원가 절감을 위해 현대 베뉴와 공유하는 소형 플랫폼(K2)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그 결과 글로벌 NCAP(인도) 충돌 테스트에서 '차체 구조 불안정(Unstable)' 판정과 함께 별 3개에 그치는 굴욕을 맛봤다. 이는 인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옵션은 화려하지만, 안전은 불안한 차"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글로벌 제조사의 국가별 차별 대우에 대한 논쟁을 점화시켰다.

내년에 본격 출시되는 2세대셀토스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내년에 본격 출시되는 2세대셀토스 사진=기아

2세대(SP3) 공개, 전설을 잇다

그리고 2025년 12월, 기아는 드디어 2세대 셀토스의 베일을 벗겼다. 이번 2세대 모델은 1세대의 성공 방정식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의 요구인 '전동화'에 응답했다. K3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체는 더욱 커졌고(전장 4430mm으로 추정), 많은 소비자가 기다려온 1.6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력으로 배치됐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후륜에 모터를 탑재한 e-AWD 시스템이 적용될 것이라는 소식에 시장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디자인은 기아의 최신 전기차인 EV9, EV5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박시(Boxy)' 스타일로 변모하여 정통 SUV의 감성을 강조했다.

1세대 셀토스는 '소형차는 작고 저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B세그먼트 SUV를 '갖고 싶은 차'의 반열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모델이었다. 이제 그 바통을 이어받은 2세대 셀토스가 하이브리드 엔진을 심장에 품고, 1세대가 남긴 '글로벌 안전 차별'의 오명까지 씻어내며 진정한 '월드 클래스 SUV'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세대 셀토스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2세대 셀토스 사진=기아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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