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늘도 공존한다. 현대차·기아가 업계 최초로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을 집대성해 공개하며 소비자 신뢰 회복에 나선 가운데,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과 관련한 돌진 사고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안전성 확보”라는 제조사의 전략과 “기술적 위험성”을 우려하는 사회적 요구 사이, 전기차 시장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현대차·기아, 업계 최초 전기차 안전 정보 공개
현대차·기아는 최근 전기차 안전 확보를 위한 기술과 서비스를 총망라한 블로그 콘텐츠를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예방 → 대응 → 후속 조치까지 운전자의 안전을 전방위로 보호하기 위한 기술·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화재 예방으로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의 배터리 보호 설계, 고도화된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로 실시간 이상 징후 감지,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 시범사업 참여 및 커넥티드 카 서비스(CCS) 확대 등이 있다.
화재 대응으로는 긴급 상황 시 자동으로 소방서에 신고하는 시스템 구축, 차종별 고전압 배터리 위치·절연 장치 정보를 담은 긴급대응 가이드 공개, PV5 등 차량 전·후면에 QR코드 부착해 현장에서 즉시 접근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후속 조치로는 전기차 화재 피해 시 최대 100억 원까지 보상하는 ‘전기차 화재 안심 프로그램’ 운영, 전기차 핵심부품 10년 무상 점검 서비스와 CCS 라이트 서비스 제공 등이 있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예기치 않은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전기차 판매, 반복되는 돌진 사고
하지만 사고 발생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기차 돌진 사고는 총 40건으로 매월 1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12명 사망·144명 부상 등 인명 피해가 보고됐고 사고 원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기차 돌진 사고의 원인은 구조적 특성과 맞물린 경우가 많다. 그 중 하나는 초반 급가속 현상이다. 전기차는 고성능 전기모터 특성상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최대 토크가 전달돼 급격히 속도가 붙는다. 그다음은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의 경우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원페달 드라이빙과 페달 오인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과 연관된다.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인해 가속 페달 하나로 감속까지 가능한 구조다. 결국 긴급 상황에서 브레이크 전환이 지연되거나 혼동으로 페달 오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중 충돌 위험성도 있다. 고성능 모터 특성상 1차 충돌 후에도 차량이 멈추지 않아 다중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전체 사고 중 32.5%가 다중 충돌 사고였다. 사고 운전자 중 62.5%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원페달 드라이빙·모터 출력 특성 등 구조적 요인이 결합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술 발전과 규제, 함께 가야 한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화재 및 사고 예방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돌진 사고와 같은 전기차 특유의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추가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급가속 시 출력 제한 기능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 오인 방지를 위한 이중 확인 시스템 도입도 요구된다.
또한, 긴급 상황에서 즉각 전원을 차단하는 비상 정지 버튼 설치도 있으면 좋다. 고령 운전자 비중이 높은 전기 택시에 대한 모터 출력 제한을 넣는 것도 방법이다.
신뢰를 위한 ‘투트랙’ 접근
전기차는 더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다. 판매는 급증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제조사·정부·소비자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차·기아의 선제적 안전 기술 공개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구조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기술적·제도적 보완책 또한 병행돼야 한다. 전기차가 ‘혁신의 상징’에서 ‘신뢰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화재와 돌진 사고 모두를 아우르는 다층적 안전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