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가 도로 위를 질주하는 풍경은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 EV는 달갑지 않은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바로 멀미 때문이다. 내연기관 차에서는 멀쩡하던 사람도 EV에만 타면 속이 울렁거린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23일(현지 시각) 인사이드EVs는 과학은 '어쩌면' 이 문제의 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음 없는 가속, 그리고 뇌의 혼란
많은 사람들이 견인 배터리나 고전압 전자 장치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 때문이라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그 강도가 너무 약해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진짜 이유는 훨씬 더 단순하다. 프랑스 벨포르-몽벨리아르 공과대학에서 멀미 원인을 연구하는 윌리엄 에몽드 박사과정 학생은 EV 멀미가 "운전자와 승객 모두에게 이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내연기관 차에 익숙한 뇌는 엔진 회전수, 진동, 토크와 같은 신호를 통해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한다. 하지만 EV는 소음이 거의 없고, 순식간에 강한 토크로 가속한다. 뇌는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며, 익숙한 신호가 없으니 차량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감각과 실제 움직임 사이의 불일치가 멀미를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회생 제동', 멀미의 또 다른 복병
엑셀에서 발을 떼는 순간 전기 모터를 이용해 감속하는 '회생 제동'도 멀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EV에서 흔히 사용되는 '원페달 드라이빙'은 회생 제동이 강하게 걸려 더욱 그렇다. 2024년 멀미에 취약한 참가자 1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회생 제동과 메스꺼움 수준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있음을 밝혀냈다. 회생 제동이 강력할수록 탑승자가 멀미를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론이다. 이는 EV 설계 시 모션 신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람과 기계의 상호작용 전략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인공적인 '신호'로 해결 가능
결국 문제는 탑승자에게 차량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시각적, 감각적 단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시각적, 청각적, 혹은 진동과 같은 인공적인 신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곧 출시될 메르세데스-AMG의 EV는 V-8 엔진의 소리와 진동까지 시뮬레이션한다고 한다. 1300마력 이상의 출력과 강력한 회생 제동 기능을 갖춘 이 차량은 시뮬레이션된 엔진 사운드를 통해 멀미에 취약한 사람들이 차량의 움직임에 더 잘 대처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인공적인 엔진음을 켜고 끄면서 탑승자의 멀미 증상 변화를 관찰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더 자세한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