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빌리티

글로벌모빌리티

[육기자의 으랏차차] 도심과 모험의 경계를 허문 전기 SUV, 지프 어벤저

메뉴
0 공유

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도심과 모험의 경계를 허문 전기 SUV, 지프 어벤저

“전기지만, 지프답다” 첫 EV에서 느낀 브랜드의 정체성과 유럽 감성의 조화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0-28 09:05

지프 어벤저 알티튜드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지프 어벤저 알티튜드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지프’라는 이름을 들으면 본능적으로 거친 오프로드를 떠올리게 된다. 모래언덕과 바위길, 그리고 흙먼지 속을 뚫고 나가는 사륜구동의 상징. ‘낭만’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지프 어벤저(Jeep Avenger)는 조금 다르다. 전기 모터를 품고 도심 속으로 내려온, ‘새로운 시대의 지프’다.

지프의 첫 순수 전기 SUV 어벤저는 이미 유럽에서 10만 건이 넘는 계약을 기록한 ‘핫 아이템’이다. 유럽 도심에 최적화된 4.08m의 컴팩트한 차체와 전동화된 주행 질감, 그리고 지프 특유의 탄탄한 주행 밸런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국내에는 ‘론지튜드(5290만원)’와 ‘알티튜드(5640만원)’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보조금 적용 시 4천만 원대 초반까지 낮아지는 실구매가는 ‘지프를 갖고 싶었던 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시승차를 받고 느낀 점. 차체는 작지만 200mm의 지상고 덕분에 일반 도심 SUV보다 한 뼘 높은 시야다. 615mm의 시트 포지션은 의외로 ‘지프 레니게이드’를 타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심에서는 조향감이 민첩하고, 브레이크 답력도 전기차 특유의 인공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다. 회전 반경은 단 10.5m. 골목길에서 유턴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매력은 비포장도로에 들어설 때다. 셀렉-터레인(Selec-Terrain) 모드를 ‘머드’로 바꾸는 순간, 작은 차체가 믿기 힘든 트랙션을 보여준다. 미끄러운 자갈길에서도 전륜 모터가 부드럽게 접지력을 유지하며 끈질기게 전진했다. “지프의 낭만은 여전하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다.

어벤저의 심장은 54kWh 리튬이온 배터리와 115kW(약 156마력)의 전기모터다. 최고 토크 270Nm는 스펙상으로는 평범하지만, 도심 주행에서는 이 정도 출력이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0→100km/h 가속은 9초 초반대. 폭발적인 성능은 아니지만, 도심형 전기 SUV로서는 충분히 경쾌하다. 1회 충전으로 292km를 달릴 수 있고, 급속충전으로는 24분 만에 20→80%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 인프라가 많은 도심 생활자에게는 부담 없는 수치다. 회생제동은 3단계로 조절되며, ‘B모드’에서는 거의 원페달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완전히 정지할 때 약간의 버벅임이 느껴졌지만,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컨트롤할 수 있다.

전면부의 세븐 슬롯 그릴과 X자 테일램프는 ‘지프 DNA’를 잊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전면 중앙에 숨겨진 ‘나침반 이스터에그(Compass Easter Egg)’는 어벤저가 태어난 이탈리아 토리노를 가리킨다. 특히, 상위 트림 알티튜드는 블랙 루프 투톤 컬러가 기본이며, 신규 색상인 ‘레이크(에메랄드)’는 유럽 감성이 물씬 풍긴다. 지프답게 ‘컬러 맛집’다운 존재감이 강하다.

지프 어벤저 알티튜드 인테리어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지프 어벤저 알티튜드 인테리어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운전석에 앉으면 수평형 대시보드와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깔끔하게 배치돼 있다. 대시보드 하단의 수납함과 도어 포켓, 센터 콘솔 등을 합치면 34L에 달하는 수납공간이 나온다. 작은 차체지만, ‘공간 설계’는 지프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론지튜드 트림은 직물 버킷 시트, 알티튜드는 가죽 시트와 전동 조절,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한다. 겨울철 열선 시트는 기본이고,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은 전동 SUV치고 상당히 시원하다.

유커넥트(Uconnect) 5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반응이 빠르고, 무선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지원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예약 충전도 가능하다.

지프 어벤저는 ‘지프의 DNA를 지닌 첫 전기차’라는 숙제를 멋지게 풀어냈다.

도심형 SUV답게 작고 경쾌하지만, 진입각 20°, 이탈각 32°라는 수치는 ‘전기차로서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 귀여운 디자인, 그리고 도심 속에서도 여전히 느껴지는 지프의 야성까지. 전동화 시대에도 지프는 여전히 ‘자유의 상징’이다. 다만 이제는 기름 냄새 대신 전기의 힘으로 간다는 것.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빌리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