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진의 나탔수] "겉은 웅장, 속은 고요"...'품격'으로 완성된 SUV, LX700h
이미지 확대보기나연진 글로벌모빌리티 앵커가 렉서스 대형 SUV '디 올 뉴 렉서스 LX700h'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병주 글로벌모빌리티 PD
렉서스 플래그십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 올 뉴 렉서스 LX700h'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공간의 품격'을 말한다. 마주한 순간부터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전장 5095㎜, 전폭 1990㎜, 전고 1895㎜, 공차중량 2.5톤이라는 숫자만 봐도 도로 위에서의 위용이 그려진다.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첫인상을 각인시켰다.
전면부의 대형 프레임리스 스핀들 그릴은 단순히 시선을 끄는 장치가 아니다. 좌우로 얇게 뻗은 풀 LED 헤드램프와 조화를 이루며 고급스러움 속에 렉서스 특유의 정체성을 담아낸다. 측면부는 볼륨감 있는 휠 아치와 크롬 라인이 조화를 이루며 차체의 입체감을 극대화했다. 후면부에서는 일자로 이어진 리어램프와 'LEXUS' 레터링이 존재감을 완성한다. 웅장하지만 과하지 않은 절제된 고급미가 돋보인다.
주행을 시작하면 이 거대한 차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3.5리터 V6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대 464마력을 낸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2.8톤의 육중한 덩치가 마치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간다. 급가속 시 모터의 개입으로 초기 반응은 민첩하고, 이어지는 터보 엔진의 출력이 매끄럽게 연결된다. 정지 상태에서 고속 영역까지 힘의 낭비 없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고속에서도 불안감 없는 주행 안정성은 새롭게 적용된 플랫폼 덕분이다. LX700h는 토요타가 2021년 처음 선보인 TNGA-F 플랫폼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이전 3세대 모델보다 무게를 약 200㎏ 줄이면서도 차체 강성은 20% 끌어올렸다. 파워트레인 장착 위치를 이전보다 뒤로 70㎜, 아래로 25㎜ 낮춰 무게 중심을 낮췄다. 이 변화는 실제 주행에서 차이를 만들어냈다. 고속 주행 시 차체가 노면에 낮게 깔리는 듯한 안정감을 유지했고, 코너링이나 차선 변경 시에도 롤링을 최소화하며 묵직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진동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실내 정숙성은 경쟁 대형 SUV와 비교해도 수준급이다. 도어 이중 차음, 바닥 방진 설계, 그리고 서스펜션의 완성도 덕분이다. 차체의 롤링을 최소화하면서도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에서는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낸다. 정숙한 실내에서 뒷좌석에 앉아 외부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이 차가 왜 ‘VIP’를 위한 SUV인지 체감된다.
운전석의 경험도 만만치 않다. 전자식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깔끔하게 전달하고, 12.3인치 상단 디스플레이와 7인치 하단 조작부는 시각적 만족감과 직관성을 동시에 잡았다. 차체가 크지만 조향 응답은 민첩하고,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은 고속 주행뿐 아니라 오프로드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더한다.
LX700h는 단순히 크고 좋은 차가 아니다. 외형의 스케일과 내부의 정숙함, 그리고 주행 성능까지, 모든 면에서 ‘품격’이란 단어를 차의 중심에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