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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궁극의 디펜더, ‘옥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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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궁극의 디펜더, ‘옥타’를 만나다

고급스러움과 야성의 경계에서 태어난 전설의 진화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9-24 09:05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랜드로버 디펜더가 ‘옥타(Octa)’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디펜더의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이자, 브랜드가 가진 오프로더 유산과 현대적 럭셔리의 교차점에 놓인 차다. 이름에서부터 남다르다. 팔각형의 강인함과 다면적 매력을 담았다는 의미를 지닌 옥타는, 한마디로 “모든 상황을 지배한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확실히 럭셔리, 고성능이라는 특징은 지금 시장 분위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긴 하다.

디자인은 기존 디펜더 특유의 박스형 실루엣은 유지하되, 차체는 한층 도드라진 휠 아치와 전용 범퍼, 그리고 두툼한 언더가드로 더욱 강인한 인상을 완성했다. 전용 22인치 휠이 장착돼 있는데, 최대 33인치에 달하는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까지 교체가 가능하다. 이후에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험지 대응력을 과시할 것이다.

차체 색상은 옥타만을 위해 새롭게 도입된 팔레트가 제공된다. 메탈릭 톤에 깊이를 더한 오렌지와 블루 계열 컬러는 일반 모델과의 차별화, 그리고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용 ‘옥타 배지’가 보닛과 도어에 자리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차의 핵심은 달리기다. 고성능에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 주행을 해보니 ‘옥타’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보닛 아래에는 BMW와 공동 개발한 4.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결합해 최고출력 635마력, 최대토크 76.4kg·m를 뿜어낸다. 두꺼비처럼 우둔한 생김새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4초대다. 웬만한 스포츠카에 견줄만한 수치다.

이 퍼포먼스를 뒷받침하는 건 랜드로버가 새롭게 선보인 ‘6D 다이내믹스(6D Dynamics)’ 서스펜션이다. 전자제어 댐퍼와 액티브 안티롤 시스템, 에어 서스펜션을 결합해 차체의 상하 움직임과 롤링을 능동적으로 억제해준다. 고속도로에서의 안정감은 물론이고, 오프로드에서의 바위 넘김, 경사로 탈출에서도 차체가 기민하게 반응한다. 기존 디펜더가 거친 힘으로 지형을 제압했다면, 옥타는 세련된 기술로 이를 통제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번 시승에서는 노면이 거칠기로 유명한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흔들림 없는 순항이라고 할까? 의외로 실내 정숙성까지 합격점을 받았다.

실내는 시트가 핵심이다. 나머지는 일반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좌석은 전용 스포츠 버킷 스타일로, 가죽과 리사이클 소재를 혼합해 고급스러움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담았다. 두툼한 패딩과 측면 지지력이 운전자의 몸을 단단히 잡아주면서도 장거리 주행에서는 피로를 줄여준다.

센터 콘솔에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ivi Pro’가 탑재됐다. 11.4인치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조화를 이룬다. 전용 주행 모드 그래픽은 옥타의 독창성을 강조하는 요소다. 오프로드 모드를 켜면 지형, 타이어 상태, 서스펜션 높이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다만, 시스템의 반응 속도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볼보의 것과 비교해 티맵에서 확실한 차이를 느낀다. 굳이 애플 카플레이를 연동해 티맵을 다시 켜야 하는 이유다.

이외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럭셔리 오프로더’를 지향하면서도 실용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110 모델을 베이스로 한 옥타는 뒷좌석 공간은 여전히 넉넉하고, 트렁크는 800리터 이상을 제공한다. 도시와 야외, 두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차라는 정체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셈이다.

공식 판매가는 2억2497만원부터다. 기존 디펜더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지만, 우선 그만한 가치는 한다는 게 대부분 자동차 전문 기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유럽에서는 3억이 넘어가는 가격에 판매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정도 문턱이라면 국내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인테리어 사진=JLRK이미지 확대보기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인테리어 사진=JLRK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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