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빌리티

글로벌모빌리티

[육기자의 으랏車車] 언제나, 다시, 골프 GTI

메뉴
0 공유

시승기

[육기자의 으랏車車] 언제나, 다시, 골프 GTI

익숙한 그 이름, 그러나 다시 뛰게 되는 심장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7-29 09:05

폭스바겐 골프 GTI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골프 GTI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자동차 기자가 되고나서 처음 산 차가 5세대 골프 TDI였다. 당시 수입차가 드물었던 시절, 디젤 해치백이 일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낭만적인 발견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 가장 갖고 싶던 차, 하지만 끝내 갖지 못했던 차도 하나 있었다. 이름 앞에 빨간 라인을 두른 단 두 글자 “GTI.” 이번에는 추억을 곱씹는 신형 골프 GTI를 만났다.

이번 골프는 8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근데, 또 변하지 않은 것도 많다. ‘변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핵심이 잘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GTI는 대놓고 ‘새로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디테일로 증명한다.

시동을 걸기 전부터 반응하는 시퀀셜 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 형광처럼 빛나는 ‘VW’ 엠블럼 로고 불빛은 예상보다 더 감각적이다. '아, 이건 그냥 실용적인 해치백이 아니구나' 시작부터 그렇게 말한다.

폭스바겐 골프 GTI 인테리어 사진=폭스바겐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골프 GTI 인테리어 사진=폭스바겐

실내는 폭스바겐답다. ID.4나 ID.5처럼 미래지향적이라는 평이 익숙해졌지만, GTI는 거기에서 약간 물러서 있다. 조작계는 전자화됐지만, 구성은 오히려 단순화됐다. 터치 반응도, 메뉴 구성도 빠르고 직관적이다. 수많은 차량을 봤지만, 이렇게 잘 ‘정리된’ 인터페이스를 찾아보기는 여전히 드물다.

공간은 딱 필요한 만큼이다. 골프의 차체 크기는 크게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면 그게 매력이다. 시대가 변해도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실내가 넓지는 않지만, 어색하지도 않다. 헤드룸과 숄더룸, 뒷좌석 레그룸까지. 그 어떤 항목도 넉넉하진 않지만, 막상 타보면 불편함은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운전의 재미를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8세대 GTI의 심장은 2.0리터 TSI 터보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 241마력, 최대토크 370Nm. 수치보다 중요한 건 이 출력을 '어떻게 쓰느냐'다. 가속은 급하지 않지만, 직설적이고, 스티어링은 매끄럽지만 단단하다. 특히,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에 맞추면 서스펜션은 노면을 쥐어짜듯 조여오고, 배기음은 은근하게 깊어진다. 디퍼렌셜은 똑똑하게 구동력을 분산시키고, 코너에선 노면을 박차고 나가는 재미가 확실히 쏠쏠하다.

노멀 모드에서도 GTI는 충분히 스포티하다. 가속페달을 절반쯤 밟았을 때 ‘이 차, 뭔가 다른데?’ 하는 감각이 올라온다. 마치 여유를 가장한 긴장감처럼,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차체 세팅. 이게 GTI의 매력이다. 물론 편하게 차를 타려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모든 브랜드엔 ‘정체성’을 대변하는 차가 있다. 포르쉐에겐 911이 있고, BMW엔 M3가 있다. 그리고 폭스바겐엔 GTI가 있다. GTI는 그저 그런 ‘빠른 골프’가 아니다. 합리성과 감성, 실용과 즐거움 사이에서 완벽에 가까운 균형을 잡는 몇 안 되는 차다. 한때, 많은 이들이 ‘엔트리 스포츠카’라 불렀던 이 차는, 여전히 그 입지를 지키고 있다.

그 이유는 여전히, 아직도 운전이 즐겁기 때문이다. 차체는 가볍고, 반응은 즉각적. 차를 던졌을 때의 반응,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의 안정감, 그리고 코너를 돌아 나올 때의 정확함까지. 그야말로 잘 조율된 기계가 주는 희열이다.

이제 우리는 내연기관의 마지막 시대를 살고 있다. 규제는 강해졌고, 전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GTI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ID.2all 기반의 ID. GTI 콘셉트카를 발표하며, 전동화 시대의 GTI를 예고했다. 엔진은 사라지겠지만, 감성까지 사라지진 않는다는 게 폭스바겐의 주장이다. 믿을 수 있을까? 앞으로 나올 그 GTI 역시 '가벼움, 민첩성, 단단함'을 내세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아직은 모르겠다.

폭스바겐 ID.GTI 컨셉트 사진=폭스바겐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GTI 컨셉트 사진=폭스바겐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빌리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