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SUV를 SUV답지 않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다. 새롭게 등장한 iX2는 그 전통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얼핏 보면 X1의 전기차 버전인 iX1과 큰 차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꽤 다르다. 뒷모습의 급격한 패스트백 라인이 상징하듯, iX2는 보다 스포티하고, 더욱 젊은 감각을 품었다. SUV라기보다는 낮게 깔린 해치백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사실 X2라는 모델 자체가 BMW SUV 라인업에서 꽤 독특한 존재다. X1과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스타일은 더 쿠페에 가깝다. ‘왜 이렇게 만들었지?’ 싶은 질문에 BMW는 일관된 대답을 한다. “그냥 더 재미있게 타라고.” 그런 X2의 전동화 버전인 iX2는 그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진화한 인상을 준다.
디자인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iX2는 과거 X2보다도 훨씬 더 날렵해졌고, 기존 BMW의 아이덴티티인 키드니 그릴은 전기차 특유의 막힘 처리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범퍼와 캐릭터 라인은 스포츠카처럼 매섭고, 휠하우스는 단단히 다져진 근육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이 차, 예쁘지는 않은데 멋있어”라는 말이 딱 곧 입밖으로 튀어 나올 거 같다.
실내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BMW의 최신 디지털 세대다.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고, 기존의 물리 버튼은 대부분 터치로 대체됐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적응 속도는 빠르다. iDrive 9은 여전히 빠릿하고 직관적이며, 음성 인식도 전보다 정확해졌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도 물론 기본이다.
공간성은 X1 대비 크게 줄지 않았다. 뒷좌석 레그룸과 머리 공간은 여전히 쓸 만하고, 트렁크는 기본 525L로 패스트백 스타일을 감안하면 꽤 실용적이다. 아기자기한 수납공간도 많다. 다만 SUV보다는 세단이나 해치백에서 느껴지는 시트 포지션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ADAS 기능은 거의 ‘레벨 2.5’ 수준이다. 고속도로에서의 차선 유지와 어댑티브 크루즈는 정밀하고 부드럽다. 시내 주행에서의 보조 제동과 조향 지원도 꽤 민첩하게 반응한다. 특히 정체 상황에서의 정속주행은 제법 신뢰할 만했다. 다만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은 국내 고속도로 패턴과는 아직 이질감이 남는다.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다. 전륜 기반 4륜 구동 시스템에 두 개의 전기모터가 맞물려 총 출력 313마력을 낸다고 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5.6초면 충분하다. 이건 SUV가 아닌, 전기 해치백의 영역이다. 출력 자체보다는 출력 제어의 정밀함이 인상적이다. 가속할 때 차량이 바닥을 ‘끌고 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일체감이 있다.
물론 더운 날, 배터리는 금세 뜨거워지고, 고속 주행 시 항속거리는 빠르게 줄어든다. 공인 주행 가능 거리(WLTP)는 약 449km지만, 실제로는 350km 언저리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30kW급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30분 내외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iX2의 가장 뚜렷한 라이벌은 볼보 C40 리차지다. 디자인적으로도, 타깃 소비자도 유사하다. 다만 BMW는 조금 더 스포티하고 조금 더 세련된 방향을 추구했다. 가격은 약 6600만 원대.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프리미엄 전기차를 사고 싶은데 너무 튀지 않는 차”를 찾는다면 괜찮은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요약하자면, BMW iX2는 SUV의 탈을 쓴 전기 해치백이고, 브랜드의 장기인 ‘운전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볼륨 모델은 아니지만, 확실한 취향과 개성을 가진 차다. 시장의 중심은 아닐지 몰라도, 시장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존재가 되어준다. 그런 차를 기다린 사람들에게 이차는 꽤 멋진 선물이 될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