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가 아이스 그레이 메탈릭 색상의 신형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터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마칸'이라는 이름은 인도네시아어로 '호랑이'를 의미한다. 이름에 걸맞게 겉모습은 민첩하고 강인했다. 주행감각은 더 강렬한 듯 하다. 기자가 본 마칸의 첫인상이다.
포르쉐코리아가 지난 2월 출시한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 일렉트릭을 15일 만났다. 마칸 일렉트릭은 순수 전기 스포츠카인 '타이칸'에 이어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포르쉐의 두 번째 순수 전기차다. 배터리와 듀얼 모터가 만들어내는 포르쉐다운 폭발력을 가진 '마칸 일렉트릭 터보' 모델 시승에 나섰다.
달라진 파워트레인 속에서도 마칸은 여전히 '포르쉐'다. 첫 인상은 단단하고 정제됐다. 전면부는 포르쉐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 대신 한층 더 세련되고 날렵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분리형 헤드램프와 넓어진 전면 흡기구 디자인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지만 동시에 강렬한 시각적 존재감을 더한다.
측면은 마칸 고유의 쿠페형 루프라인을 유지하면서도 휠아치와 숄더 라인에 힘을 실어 무게감 있는 포스를 보여준다. 후면부는 일체형 리어램프와 자동 확장 스포일러를 중심으로 잘 정돈됐다. 전기차임에도 기존 마칸보다 넓고 낮아진 자세 덕분에 날렵한 인상이 살아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3개의 디지털 디스플레이다. 마칸 일렉트릭은 12.6인치 디스플레이와 10.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그리고 조수석 전용 스크린이 조화롭게 배치됐다. 조작 인터페이스는 간소화된 모습이지만 버튼 하나하나의 조작감은 '기계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마칸 일렉트릭 터보는 중형 SUV지만 스티어링휠을 잡고 운전대에 오르는 순간 스포츠카처럼 날렵하게 반응한다. 예상 보다 더 강력했다. 이 차량은 마칸 최초로 리어 액슬 스티얼링을 탑재했다. 뒷바퀴 조향각을 최대 5도까지 조절해 롤링 억제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저속 회전과 고속 안정감도 모두 수준급이다.
마칸 일렉트릭 터보는 최고출력 584마력, 최대토크 1,130Nm를 뿜어낸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3초다. 공식 제원만 보면 911 터보 S가 떠오른다. 페달을 깊이 밟는 순간 모터는 어떠한 지체도 없이 전력을 쏟아낸다. 몸이 시트에 파묻히고 SUV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가속력에 놀랐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차는 로켓처럼 가속한다. 동시에 네 바퀴 모두 도로를 움켜쥐는 느낌을 준다.
브레이크는 전기차 특유의 회생 제동과 물리 브레이크 간 이질감이 거의 없다. 고속에서의 급제동 시에도 차체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제동력을 받아낸다.
800V 고전압 아키텍처를 갖춘 프리미엄 플랫폼 일렉트릭(PPE) 덕분에 최대 270kW의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10%에서 80%까지 약 21분이면 충분하다. 일상적인 사용과 장거리 여행 모두 걱정이 없다.
마칸 일렉트릭은 전기차 시대에도 '포르쉐다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기 SUV'라는 이름표를 붙이기에는 아쉬운 차다. 그보다는 '전기로 달리는 포르쉐 스포츠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운전이 즐거운 SUV, 충전 걱정이 크게 없는 전기차이자 고급스러운 일상까지 선사하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차량이다.